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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당 정인보와 매화

‘기미년 삼월 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 독립 만세.’ 위당 정인보가 작사한 삼일절 노래 가사 첫 부분이다.

정인보, 그의 삶은 오로지 역사와 민족으로 수렴된다. 일제강점기에 중국으로 망명한 그는 신채호, 박은식 등과 독립운동을 했으며, 귀국 후에는 연희전문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일제의 문화 찬탈로 우리 것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일부 학자들이 나섰는데,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정인보였다. 국학(國學)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도 바로 그였다. 연희전문학교에서 그가 강의하던 과목을 폐지하자 사임하고 낙향하였다. 그는 주체적인 역사와 문화를 바로 세워 우리 고유의 강건한 사상체계를 구축하고자 애썼다.

그의 역사관에 관해서는 문일평에게 보낸 편지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역사가는 거친 수레를 타고 울창한 숲에 들어가 손발이 부르트도록 이리저리 잡풀을 베고 짐승들도 쫓아내길 수십 번 하여 원래의 땅이 드러나면, 그것을 기준으로 경계를 다스리는 일’이라 했다. 올바른 역사 정립에 그가 얼마나 강직하고 올곧게 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광복 후에는 국학대학원의 초대 학장을 지냈다. 또한 초대 감찰위원장을 지내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다스려 조봉암과 임영신 등의 장관들을 경질시켰다. 그렇게까지 엄격하고 강직하던 그도 막내아들(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여린 볼에 까칠한 수염을 비비며, ‘따가우냐?’ 하고 묻던 장난기 많은 아버지이기도 했다.

그는 그가 살던 서울 창동의 사랑채에 매화 두세 분을 키웠다. 눈보라 속에서도 속기를 버리고 고고히 꽃을 피우고 맑은 향기를 내뿜는 매화는 선비정신을 상징한다. 사군자에서도 맨 앞이 매화였으니, 그가 좋아할 만한 꽃이다. 이른 봄, 사랑채에 매화가 피면 아들에게 ‘얘야, 매화 향이 나느냐?’라고 묻곤 하였다. 매화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는 특히 우리나라의 매화를 좋아하였다. 그는 “매화도 나름대로 종류가 있어, 우리나라 것이 가장 맑고 향기로워, 구부리고 비틀어 남이 심은 것은, 영영 향기도 꽃다움도 없다”라고 하였다. ‘구부리고 비틀어 남이 심은 것’은 바로 왜매(倭梅)였다. 그의 민족의식이 꽃으로까지 번져간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철두철미한 민족주의자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광복절과 개천절, 그리고 제헌절 노래의 가사도 모두 그의 작품이니 그의 겨레 사랑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울려 퍼질 것이다. ‘한강이 다시 흐르는’ 오늘은, 삼일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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