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민간인을 상대로 국제법상 사용이 금지된 대량살상 무기인 진공폭탄을 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보고를 마친 뒤 “러시아군이 오늘 진공폭탄을 사용했는데 제네바 협약에 의해 금지된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정전을 논의하는 첫 회담을 열었으나 성과 없이 끝났다. 우크라이나 측 주장대로라면 러시아는 앞에서 회담에 임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치명적인 살상무기를 동원해 공세를 강화하는 기만 전략을 쓴 셈이다.
진공폭탄은 주변 산소를 빨아들이면서 고온의 폭발을 일으켜 군인뿐 아니라 주변 민간인까지 무차별적으로 살상한다. 러시아는 체첸 분쟁과 시리아 내전 등에서 진공폭탄을 사용했던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카로바 대사는 진공폭탄이 주거지역을 목표로 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들은 주거지역뿐 아니라 보육원이나 학교, 유치원도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러시아가 집속탄까지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집속탄은 공중에서 모체가 폭발한 뒤 새끼 폭탄 수백개가 주변으로 흩어져 불특정 다수를 살상한다. 사실이라면 러시아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반인류적인 전쟁범죄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한 제네바 협약 위반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공세가 강해지면서 민간인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조정관은 이날 “최소 102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406명 이상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면서 실제 민간인 사상자는 훨씬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보건당국은 어린이 14명을 포함해 35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전쟁의 참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크라이나인 52만명이 피란길에 올랐다.
러시아도 침공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국제사회 제재로 루블화 가치가 급락해 금융시스템 붕괴 위기에 처했고, 증권시장은 개장조차 못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러시아 경제는 붕괴할 수밖에 없다. 전쟁을 일으킨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지만, 무고한 시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언급하며 세계를 위협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전쟁 확대는 공멸을 부를 뿐이다. 러시아는 무기를 내려놓고 평화적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2차 회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이끌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