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일·대북 대화와 자강론 역설한 문 대통령 3·1절 기념사

문재인 대통령이 1일 3·1절 기념사에서 꼬여 있는 대일·대북 관계를 풀기 위한 대화를 촉구했다. 신냉전으로 치닫는 국제정세 속에서는 스스로 역사를 주도할 힘과 문화강국·민주주의가 소중하다고 했다. 103년 전 선조들이 세계 만방에 외친 3·1독립운동 선언의 뜻을 ‘대화·자강·민주주의’라는 열쇳말로 읽은 것이다. 기념식은 취임 첫해 약속해 2일 서울 서대문구 안산 자락에 문을 여는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렸다. 새로운 제안보다 5년간 국정을 이끌며 느낀 소회와 당부를 담아낸 기념사였다.

문 대통령은 “(103년 전) 선조들은 묵은 원한과 일시적 감정을 극복하고 동양의 평화를 위해 함께하자고 일본에 제안했다”며 지금 우리의 마음도 같다고 했다. 수출규제 충돌까지 빚은 과거사를 원한과 감정으로 매김하고, 일본의 겸허한 반성 후 대화로 미래를 열자는 원칙을 이어간 것이다. 일본에서는 “새로운 해결책 제안이 없었다”는 언론들의 논평만 나왔다. 양국 간 막힌 외교적 대화는 한국 대선과 일본 참의원 선거(7월) 후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본 정부는 “한·일 양국의 협력은 미래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책무”라는 문 대통령의 역사 인식과 함께 노력하자는 제안에 책임 있게 답해야 한다.

올해 기념사에서 유독 강조한 것은 문화강국과 민주주의였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가슴 벅찬 일은 대한민국이 수준 높은 문화의 나라가 된 것”이라며 김구 선생의 ‘문화강국’ 꿈을 이뤄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문화예술을 발전시킨 힘은 단연코 민주주의”라며 창작·표현의 자유와 다양성은 민주주의 안에서 넓어진다고 했다. 소프트파워가 강해진 대한민국의 출발과 지향점을 민주주의로 본 것이다. 의미가 있으면서도 정확한 진단으로 평가한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더 강해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한반도 평화”라며 5년 전 북핵 위기도 대화로 넘었고, 지금 우리의 평화가 취약한 것도 대화가 끊긴 때문이라고 짚었다. 기념사 말미에서는 “우리는 이제 누구도 얕볼 수 없는 부강한 나라가 됐다”며 누구도 대한민국을 흔들 수 없고, 누구도 국민주권을 뺏을 수 없고, 누구도 한 사람의 삶을 소홀히 대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 목표에 견주면, 현 정부와 새로 선출될 정부가 할 일은 자명해진다. 국가적 위상과 국민주권은 키워나가면서 자산·소득·일자리 양극화는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풀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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