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2일 57세 노동자가 도금용 포트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별정직 노동자인 A씨는 이날 오전 5시40분쯤 냉연공장에서 찌꺼기 제거작업을 하던 중 가로세로 10m 크기 도금포트에 추락했다. 포트 안에는 철판에 코팅할 아연을 녹인 액체가 들어 있었는데, 포트에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시신을 수습했다. 이 사업장에서는 10개월 전에도 끼임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가 숨지자 회사 측이 위험한 작업환경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한 달여 만에 그 약속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현대제철은 대표적인 산업재해 사망사고 다발 기업이다. 사고가 난 당진공장에서는 2010년부터 한 해도 빼지 않고 산업재해로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지난 11년 동안 총 서른 명이 사망했는데, 한 해에 세 명꼴이다. 지난해 5월에는 철광석을 옮기는 기계설비 아래를 살피던 43세 노동자가 부품에 끼여 숨졌다. 방호 울타리나 센서 같은 안전장치가 없어서 벌어진 사고였다. 현대제철은 이외에도 2015년에는 인천공장, 2020년에는 포항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쇳물에 빠져 숨졌다. 노후설비를 바꿔달라는 노동자들의 요구가 묵살돼 벌어진 참사였다고 한다.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현대제철 사업장에서 사고가 잇따르면서 부실 감독에 대한 책임론이 일자 이 회사 본사에 대한 특별감독에 나섰다. 회사 측은 안전예산을 1600억원까지 늘려 사고를 막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도 사고가 터졌다. 이번에도 2인1조 근무를 어긴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회사는 무슨 조치를 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10년 당진의 한 제철소에서 20대 청년이 1600도가 넘는 쇳물에 빠져 숨졌다. 유해조차 수습하지 못한 이 충격적인 사건에 한 시인이 ‘그 쇳물 쓰지 마라’는 추모시로 경종을 울렸다. 그럼에도 철강 노동자들의 죽음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까지 5년간 발생한 총 75건의 철강산업 산재사망 가운데 70%는 기계·설비 때문에 발생했다. 안전시설을 확보하지 않은 것도 원인으로 분석됐다. 직원이 1만명이 넘는 현대제철은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다. 노동부와 경찰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내 2위 철강기업이 중대재해를 막지 못한다면 그보다 더 작은 규모의 사업장에서 어떻게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