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0달러 고유가 시대’ 돌입, 장단기 비상 대응 시급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요동치던 국제 유가가 결국 100달러대로 치솟았다. 국제사회가 우려하던 ‘100달러 고유가 시대’를 맞은 것이다. 세계 경제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원유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충격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물가와 성장·무역수지 등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효율적이고도 비상한 유가 대응이 시급하다.

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제 유가 급등으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북해 브렌트유는 배럴당 103·104달러(1일 현지기준)를 넘어섰다.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도 98달러로 100달러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8년 만의 최고치다. 유가 상황이 심각해지자 미국 등 국제에너지기구(IEA) 31개 회원국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비상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한국도 동참했다. 이번 합의가 국제 유가를 안정시킬지는 미지수다. 러시아가 세계 수출량의 약 11%(2020년 기준)를 차지하는 2위 산유국이어서다. 러시아는 또 액화천연가스(LNG) 1위 수출국으로, LNG 공급차질은 대체재인 원유 수요증가를 불러 유가 급등을 부추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교전 기간이나 전투 규모 등 전쟁 상황에 따라 유가가 120~150달러까지 급등하면서 3차 ‘오일 쇼크’ 발생 우려까지 나오는 시점이다. 고유가의 장기화까지 대비할 필요가 있다.

고유가는 물가 상승과 성장률 하락, 경상수지 악화를 부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유가가 연평균 100달러에 이르면 소비자물가는 1.1%포인트 상승, 성장률 0.3%포인트 하락, 경상수지 305억달러 감소로 분석했다. 국내 물가는 10년 만에 3%대 고물가를 기록 중이다. 이날 발표된 1월 산업활동동향에선 생산·소비의 동반 감소에 경기선행지수도 7개월 연속 하락세다. 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 속 경기침체인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온다.

정부는 적기에 비축유 방출로 유가를 낮추는 효과를 최대화해야 한다. 4월 말 종료가 예정된 유류세 인하 조치의 연장과 인하율 확대 방안 등도 고려할 만하다. 한국의 원유 의존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1위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범국가적 대책이 필요하다. 유럽연합(EU) 에너지 장관들이 최근 재생에너지 확대 가속화를 공언한 것처럼 현 상황을 에너지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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