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5000달러를 넘어섰다. 3만달러를 넘어선지 4년만이다. 그러나 원화 강세와 인구감소, 물가 상승 등이 1인당 소득 상승에 영향을 미친데다, 코로나 이후 심화하는 양극화 등을 감안하면 일반 서민들이 체감하기는 어려운 지표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21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를 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5168달러로 2020년(3만1881달러)보다 10.3% 증가했다. 원화 기준으로는 4025만원으로 1년 전보다 7.0% 늘어났다.
1인당 GNI는 2017년(3만1734달러) 처음 3만달러대에 들어선 뒤 2018년 3만3564달러까지 늘었다가 2019년(3만2204달러)과 2020년 2년 연속 뒷걸음쳤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경기가 회복하고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서 3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실질 GDP 4.0% 증가, 원·달러 환율 3.0% 하락, GDP디플레이터 2.3% 상승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인당 GNI 증가폭(3287달러)을 요소별로 나눠보면 경제 성장(실질GDP)이 1272달러, 환율 하락이 1061달러, 물가(GDP디플레이터)가 762달러 정도 소득을 끌어올렸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1인당 GNI가 3만달러를 돌파한지 4년 만에 3만5000달러를 뛰어넘은 점이 가장 눈에 띈다”며 “특히 해당 4년 중 2년이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위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밝혔다. 2020년 우리나라 1인당 GNI는 세계 36위를 기록했고,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에서는 이탈리아를 앞질러 6위에 올랐다.
전체 지표로는 고무적인 수치지만 물가와 환율 효과 등을 걷어내면 일반 시민들이 이같은 소득 증가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축하할 일이지만, 환율과 물가 영향에다가 인구가 감소하면서 1인당 소득이 올라가는 측면도 있어서 마냥 기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가면 사람들이 삶의 질을 중시하게 된다”면서 “지난해 원화 기준 연소득을 대략 3.5인 가족으로 환산하면 가구당 소득이 1억4000만원은 된다는 뜻인데 우리 주변이 실제 그 정도 소득을 기반으로 한 삶의 질을 누리고 있느냐 하는 문제는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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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는 지난 1월 공개된 속보치와 같은 4.0%로 집계됐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1.1%에서 1.2%로 높아졌다. 속보치와 비교해 서비스업(0.1%포인트)과 재화수출(0.4%포인트)이 상향조정된 반면 설비투자(-0.1%포인트)는 낮아졌다.
수출입 등까지 포함한 전반적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GDP디플레이터는 2020년보다 2.3% 상승했다. 지난해 총저축률은 36.1%로 전년보다 0.2%포인트 올랐다. 최종소비지출 증가율(6.5%)이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6.8%)을 밑돈 영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