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권교체·통합” 외치며 권력 나누기만 보인 윤·안 단일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3일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손을 맞잡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3일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손을 맞잡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후보 단일화를 전격 선언했다. 두 후보는 전날 마지막 법정 TV토론 후 만나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3일 안 후보 제안으로 시작된 보수야권 단일화는 양당의 결렬 폭로전을 겪은 뒤 안 후보가 윤 후보를 지지하며 사퇴하는 걸로 매듭됐다. 사전투표를 하루 앞두고 이뤄진 단일화에 대해 안 후보 지지층과 부동층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선은 이재명·윤석열 후보 간 양강 대결로 재편되며 새 국면을 맞았다.

윤·안 후보는 공동회견에서 “함께 만들고자 하는 정부는 미래지향적이며 개혁적인 국민통합정부”라며 인수위부터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집권 시 공동정부 키워드로는 미래·개혁·실용·방역·통합을 제시하고, 시장친화적이며 공정·상식·과학기술이 중심이 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대선 후 당도 합치기로 하고, 안 후보는 “행정 업무를 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며 입각 의지를 비쳤다. 후보 단일화에 이어 합당, 공동정부 순의 단계적 결합 구상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두 후보의 단일화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공동정부를 향한 지향에는 추상적 단어와 구호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함께할 비전·가치나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두 후보는 노동이사제와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200만원 인상,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곳곳에서 이견을 보였다. 그런데 그 조율을 인수위에서 본격화하겠다고 미뤄놨다. 안 후보는 이날도 윤 후보가 동의하지 않은 다당제·결선투표제 소신을 내놓으며 “지금은 대선 승리가 우선”이라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방선거 공천 시 국민의당을 우대하겠다고 했다. ‘묻지마식’ 정권교체와 통합이라는 빈 거푸집을 세우면서 권력 나누기부터 시작한 단일화라는 비판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단일화가 일으킨 논쟁의 상당 부분은 안 후보의 좌충우돌에서 비롯됐다. 안 후보는 유세차 사고 후 수차례 당원을 향해 완주 의지를 밝혀놓고도 갑자기 접었다. “지지층을 설득할 유일한 방법”이라며 요구한 여론조사 경선도 담판으로 물러섰다. “윤 후보를 뽑으면 1년 안에 손가락을 자르게 될 것”이라며 윤 후보 당선을 ‘나쁜 정권교체’로 몰아붙인 말도 한순간에 형해화됐다. 그로선 단일화나 지지율 추락 후 그만둔 선거만 벌써 4번째다. 지난달 23~28일 115개국에서 그를 찍은 재외국민 투표는 사표가 됐다. 갈지자 언행으로 정치를 희화화하고 지지층·유권자를 혼란에 빠뜨린 책임에서 안 후보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윤·안 후보 단일화는 대선 사상 4번째로 성사됐다. ‘담판 후 사퇴’ 형식은 2012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를 상기시키고, 투표 전날 갑작스럽게 논란이 일어난 것은 2002년 노무현·정몽준 사례와 닮았다. 이번 단일화는 시점으로는 역대 가장 늦다. 안 후보로선 공당에서 공개적인 논의 한 번 없이 단일화한 기록도 남겼다.

대선 사전투표가 4~5일 진행된다. 윤·안 후보가 ‘원팀’을 선언했지만, 국민의당이나 안 후보 커뮤니티에선 분열하는 징후가 보인다. 3일 이후에 진행된 여론조사는 결과를 공표하지 못하는 ‘깜깜이 기간’이어서 단일화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후보들은 비전과 자질을 놓고 치열하게 겨루되 겸허하게 유권자의 선택을 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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