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가게
도키 나쓰키 글·그림 | 김숙 옮김
주니어김영사 | 28쪽 | 1만3000원
아침에 일어나 텔레비전을 보고 학교에 간다. 저녁에는 목욕을 하고 숙제를 끝내면 어느덧 잘 시간. 매일 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아이는 ‘설렘’이 간절하다. 그러던 어느 날, 집 뒤에 이상한 가게가 나타난다. “어서 와. 여기는 기분 가게란다!” 외계인처럼 생긴 가게 주인은 아이에게 원하는 기분을 말하라고 한다.
아이는 기린 목의 기분을 주문한다. 기린 목이 된다면 날마다 설렐 것 같다. 막상 기린 목이 되어보니 초원의 얼룩말도, 하늘을 나는 새도 마주치지 않는다. 오로지 먼 곳만 보일 뿐. 아무 일도, 아무 걱정도 없는 기린 목의 기분은 ‘평화롭다’이다.
아이는 스위치의 기분도 산다. 딸깍딸깍 올리고 내리는 스위치. 내가 움직이면 불이 환하게 켜지는 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 같다. 스위치의 기분은 ‘참 행복’.
<기분 가게> 내지 삽화.
아이는 잠 못 드는 기분을 알기 위해 뇌가 되어 생각이 너무 많아지는 경험을 한다. 낚싯줄에 걸렸다가 풀려난 물고기의 기분에서 ‘스릴 만점!’을 느낀다. 세균의 기분이 되어 대가족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기분 나쁘게 생긴 벌레가 사실은 가로등에 자꾸만 부딪치며 너덜너덜해지는 작은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밤 하늘의 미끄럼틀을 타는 별똥별의 기분은 꽤 짜릿하다.
다양한 동물과 사물의 기분이 되어보니, 아이는 엄마 아빠의 기분도 궁금해진다. 특히 매일 잠만 자는 아빠가 궁금하다. 아빠가 되어본 아이는 깜짝 놀란다. 아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너무너무 바빴다. 하루 종일 일에 치였던 아빠는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긴장이 풀려 자기도 모르게 스르르 잠들어버렸던 것이다. 잠이 든 아빠는 꿈 속에서 아이와 많이 놀았고, 엄마에게 사랑한다고도 말했다. 아이는 아빠의 진심을 깨닫는다.
‘내 속으로 낳았는데 네 속을 모르겠구나.’ 아이를 키우다 보면 종종 드는 생각이다. 어쩌면 아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없을 때가 있을 것이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속으로 들어가봐야 한다. 그의 입장이 되어 속을 헤아리는 것. 저마다 다른 생각과 기분이 있다는 것. 우리는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아이 눈높이에 맞춰 잘 알려주는 책이다.
아빠의 기분을 알게 된 아이는 아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다시 해달라고 한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기에. 아이의 마음을 무심코 지나친 어른들에게도 여운을 남긴다.
저자는 일본 가가와대학교 의학도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제19회 일본 그림책 대상 수상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