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사전투표가 막을 올린 4일, 첫날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선거인 4419만여명 중 776만여명이 투표를 마쳐 17.57%의 투표율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역대 전국단위 선거로 봤을 때 첫날 사전투표율로는 가장 높았다. 사전투표가 끝나는 5일까지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종전 최고였던 21대 총선의 사전투표율(26.69%)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선관위도 조심스럽게 30% 돌파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사전투표 열기가 ‘샤이 진보’ 결집인지, ‘심판 민심’ 분출인지는 예단하기 이르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이 같은 참여 열기가 9일 본투표까지 이어져 최종 투표율이 높아지길 기대한다. 투표율이 높아질수록 민의가 보다 더 충실하게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 곳곳의 사전투표소에는 이날 오전부터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이 길게 늘어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투표소에서 찍은 ‘인증샷’이 속속 올라왔다. 사전투표에 참여한 시민들은 “차선이 없으면 차악이라도 뽑아야 한다”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인 투표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대기 줄이 길어지자 “내일 오겠다”며 돌아가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도 들뜬 마음으로 투표에 참여했다. 이번 선거는 투표연령을 만 18세로 낮춘 공직선거법 개정(2019년) 이후 처음 치러지는 대선이다.
더 많은 시민이 투표에 참여할수록 당선자의 대표성이 강화되고, 당선자도 민심의 향배를 보다 넓고 깊게 살피게 된다는 점에서 사전투표 열기는 긍정적이다. 유권자들은 이른바 ‘비호감 대선’이라는 이유로 투표를 외면했다가는 그 피해가 자신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전투표 음모론’을 퍼뜨리는 일부 보수 인사들의 무책임한 선동이 중단돼야 함은 물론이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대확산으로 사전투표의 중요성은 과거 어느 선거보다 커졌다. 사전투표는 유권자들이 안전하게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고, 바이러스 확산 위험을 분산시키는 차원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도 5일 오후 5시 이후 동선이 분리된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는 만큼,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중앙선관위와 방역당국은 사전투표가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에 힘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