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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치료감호소 의사 차승민 “발달장애인을 11년이나 수용해선 안 됐다"

입력 2022.03.06 14:55

수정 2022.03.0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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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저자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차승민씨. 우철훈 선임기자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저자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차승민씨. 우철훈 선임기자

“발달장애인들을 치료감호소에 그렇게 오랫동안 수용해선 안 됐다고 생각해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저자인 차승민씨(41)가 최근 경향신문과 만나 말했다. 차씨는 지난 1월까지 5년간 공주 치료감호소(국립법무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했다. 그는 복역을 마치고도 장기간 갇혀있는 발달장애인들의 주치의로 일해왔다.

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씩을 선고받은 발달장애인 A씨와 B씨는 교정시설·치료감호소 등에서 각각 총 11년4개월, 2년9개월 가량을 갇혀 있다 풀려 났다. 선고받은 형기의 약 2~8배에 이르는 기간을 갇혔던 셈이다. 심신장애인은 범죄를 저지르면 교정시설 대신 치료감호소에 수용돼 치료를 받는다. 치료감호 제도는 수용자를 형기와 죄질에 상관 없이 최장 15년까지 수용할 수 있어 ‘인권침해’라는 비판을 받는다. A·B씨는 지난해 법무부를 상대로 “치료감호 처분이 부당하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차씨는 “발달장애인은 근본적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치료 필요성도 적다. 치료감호소에서 이들을 위해 해줄 건 많지 않다”고 했다. 현행법상 치료감호소 수용 요건은 ‘재범 위험성’과 ‘치료 필요성’인데, 발달장애인은 두 요건 중 치료 필요성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에 발달장애인이 치료감호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발달장애인은 치료감호소에 있어도 적합한 치료를 받기 어렵다. 놀이 치료나 사회성 발달 치료 같은 게 도움이 되지만 현재 치료감호소에 근무하는 의료진에게는 버거운 일이다. 10명 안팎의 의료진이 약 1000명의 수용자를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차씨는 “치료감호소에는 노인 수용자의 생활 여건도 제대로 조성되지 못한 상태”라며 “낙상 위험을 고려한 노인용 시설이 없다. 간병인도 없어 주변 수용자가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치료감호 종료 여부를 심사하는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원회는 A·B씨의 치료감호 종료 신청을 번번이 기각했다. 치료감호심의위가 주치의의 진단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바탕에 깔려있다고 한다. “주치의가 소견서를 몇개씩 써서 심의위에 올려도 잘 반영되지 않았어요. 의사들이 ‘이 수용자는 퇴원이 가능하다’고 얘기해도 번번이 탈락되기 일쑤였죠.”

수용자가 종료 심사에서 탈락해도 왜 떨어졌는지, 앞으로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주치의는 모른다. 차씨는 “수용자가 왜 심사에서 떨어지는지, 어떻게 치료법을 바꿔야 퇴원할지 몰라 정말 답답했다”고 말했다. 종료 심사의 기준도 불명확하다고 했다. “조현병 환자가 살인을 저지른 사건이 보도되면 그때부터 치료감호소에서 조현병 환자들은 못 나가게 되는 경향이 있었어요. 성범죄가 이슈가 되면 성범죄자들이 못 나가게 되고요. 심사위가 수용자 상태보다는 외부 눈치를 더 보는 거죠. 정작 치료가 다 끝나서 나가야 할 사람들인데….”

치료감호소는 줄곧 과밀 상태이다. 나가야 할 사람이 나가지 못하고, 사회에서 치료를 제대로 받았다면 들어오지 않아도 될 사람이 들어오는 탓이다. 차씨는 “외래 치료든, 입원이든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진작에 받았으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다”며 “정신질환을 겪는 흉악범들도 치료만 제때 받았더라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차씨는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게 된 원인 중 하나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을 들었다. 법이 개정돼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를 강제입원(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시키기가 더욱 까다로워졌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서로 다른 의료기관에 속한 2명 이상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소견을 내놓아야 강제입원이 가능하다.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법을 개정했지만 사각지대도 있다는 것이다.

차씨는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흉기난동을 저지른) 안인득처럼 병식(病識·병에 걸려 있다는 자각)이 없거나 공격성이 강한 환자의 경우 자발적인 치료와 입원은 더욱 기대하기 힘들다. 강제입원이 어려워지면서 환자를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어졌다”며 “입원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씨는 미국의 외래치료명령제 같은 사법기관의 개입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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