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월부터 눈 하나도 없는 산 보며 위기 느껴”…산불 현장 모니터링하는 환경단체 활동가

김한솔 기자
지난 5일 밤 촬영된 울진 산불 현장. 불길이 송전탑 주변을 감싸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지난 5일 밤 촬영된 울진 산불 현장. 불길이 송전탑 주변을 감싸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매년 전국의 국립공원을 다니며 기후변화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한 침엽수들의 생태를 모니터링한다. 올해 1월 그가 찾은 강원도의 태백산, 오대산의 모습은 매년 봤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해발 1200m쯤에는 아직 쌓여있어야 할 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동네에서 만난 70, 80대 노인들에게 “이런 겨울은 처음”이라며 걱정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 위원은 “이렇게 건조한 건 태어나서 처음 봤다. 위기를 느꼈다”고 했다.

그는 경북 영덕에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난달 15일부터 경북과 강원 지역을 오가며 산불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지난 4일부터는 경북 울진군에 머물고 있고 있는 서 위원을 7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어제 36번 국도를 지나가던 차에서 내린 시민들이 ‘저거는 산불 연기가 아니고 화산 연기 같다’고 이야기 하더라”며 “현재(7일 오전 10시 기준)는 울진 신림리와 두천리의 화선이 제일 세다. 연기가 가득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산불 관제 시스템은 세계적인 수준인데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국가 재난재해가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형 산불 징후를 언제부터 느꼈나.

“멸종위기 침엽수 모니터링을 하러 올해 1월 하순, 2월에 태백산과 오대산 등에 갔는데 눈이 너무 없었다. 동네에서 만난 70, 80대 어르신들이 ‘이런 겨울은 처음봤다’는 말을 했다. 계곡에 들어가 봐도 눈이 하나도 없는 걸 보고 위기를 느꼈다. 산림청에서도 영덕 산불 발생 전부터 굉장히 긴장한 상태였다. 그래서 저희도 상황을 더 유심히 봤다.”

-원래 1~2월쯤이면 눈이 어느 정도 쌓여있어야 정상인가.

“해발 1200m 위에는 지금도 눈이 쌓여 있어야 한다. 적어도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은 3월10일까지는 1200m 위엔 눈이 쌓여있다. 그런데 지금은 없다. 1600m 부근에만 아주 조금 남아있고, 산 전체가 메말라 있다.”

-매년 산에 모니터링을 가는데, 이렇게 건조한 상황은 얼마만인가.

“저는 태어나서 처음 봤다. 물론 한 10여년 전부터 적설량이 적어졌다는 것은 국립공원 직원들을 포함해 일선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그보다 더했던 거다.”

-언제부터 산불 현장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건가.

“영덕 대형산불 터지고 바로 갔다. 울진 산불 진화될 때까지 계속 있을 것 같다.”

-이번 산불이 예년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보통 요즘은 산불이 3일을 안 넘고 꺼진다. 그런데 지금도 울진 산불 주불은 40% 밖에 진화가 안됐다. 더 무서운 것은 울진과 동해 뿐 아니라 어제 전국 거의 20곳에서 산불이 터졌다는 거다. 2월 중순부터 대형 산불이 1주일에 한 번꼴로 터진 것은 처음이다. 근본 원인은 기후위기라고 생각한다. 우리 역량을 벗어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000년 동해안 산불을 겪고 22년이 지났고, 현재 우리나라 산불 진화 능력은 세계적 수준이다. 산불 상황 관제 시스템, 헬기 동원력, 속도는 외국에서도 다 인정한다. 그런데도 지금 안된다.” (동해안 산불은 2000년 4월 강원도 고성군에서 발생해 삼척과 울진, 강릉 일대의 산림 2만3448헥타르(ha)를 태웠다.)

-우리나라 산불 진화 시스템이 부족한게 아닌가.

“그렇지 않다. 산불 발생 시 발생지 주변에 대한 산림정보, 기상정보가 융합돼서 실시간 시뮬레이션으로 돌아가는 나라가 거의 없다. 산림청이 보유한 자동기상관측시스템(AWS)에 수십년 간 디지털로 구축된 정보들을 한 번에 다 볼 수도 있다.

-그런 시스템인데도 지금 산불이 잘 잡히지 않고 있는건가.

“왜냐하면 우리나라처럼 산자락에 사람이 많이 사는 나라 역시 전세계에 거의 없다. 국토의 64%가 산림이고, 23%가 (불에 잘 타는) 소나무다. 참 안타깝다.”

-기상 상황은 당분간 계속 건조할 것 같다고 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어떤 것을 대비해야 할까.

“불이 난 곳에 정부 지원도 빨리 해야 하지만, 지금은 불이 안 난 곳의 모든 지자체에서도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는 공무원들이 산 속에 들어가서 산불을 감시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제 또 대형이 터지면 보낼 수 있는 헬기도 없다.”

-‘기후위기 적응’ 차원에서의 산불 대책은 어떤 것인가.

“기후위기 재난 대응이라고 하는 순간, 국가 정책의 최우선이 되는 거다. 지금까지의 산불은 3월말부터 4월초까지만 바짝 노력하면 괜찮았다. 이런 초유의 긴장 국면은 아니었다. 이제 지자체의 장비, 인력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지상 진화할 때 2~3t 소형트럭과 100m 호스가 우리나라 지형에 꼭 필요한데, 지금은 일선 시군에 그런 장비를 더 지원해줘도 쓸 수가 없다고 한다. 그 장비를 관리하고, 유지할 만한 사람이 없어서다. 국가적 재난이면 그에 맞는 조직도 있어야 한다. 저는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가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아직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가 재해 대응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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