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3일 용산구 서울역 남영동사전투표소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기표도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이대남(20대 남성), 이대녀(20대 여성)’ 이슈가 컸지만, 이전까지 20대는 선거에서 홀대 받았다. ‘20대가 투표를 안한 탓에 보수 진영이 과잉대표되고 정치가 후퇴한다’는 것이 홀대의 근거였다. ‘어려서 정치를 몰라서’, ‘이념 교육을 잘못 받아서’, ‘사회 경험이 없어서’ 등 선거마다 불거진 20대 비판은 다양한 형태로 변주돼왔다.
그러나 20대가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2007년 정점을 찍었던 대선 기권율은 이후 선거에서 꾸준한 하락세를 그렸고, 20대 기권율도 과거와 모습이 달라졌다. ‘남성이 비해 여성이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편견도 사실이 아니었다.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는 ‘누가 기권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봤다. 과거 선거에서 나타난 기권자의 모습을 확인해본다는 취지다. 17~19대 대선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놓은 투표율 분석 데이터를 분석했다. 투표율 분석은 전체 선거인수의 약 10%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표본조사로 19대 대선에서는 436만4417명(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0.05%포인트)이 무작위 추출·조사됐다.
■기권자는 ‘20대’가 아니라 ‘그때 20대’였다
20대는 나이 들기 때문에, 매 대선마다 그 대상이 바뀐다. 10년 전(2012년)의 20대는 1992년생(20세)부터 1983년생(29세)까지였지만, 지금(2022년) 20대는 2002년생부터 1993년생까지다.
데이터에서 나타난 핵심 기권층은 ‘20대’보다는 ‘80년대생’이었다. 과거 대선에서 기권을 많이 하는 연령대는 20대가 맞다. 20대 기권율은 17대 대선에서 53.41%, 18대 대선에서 31.53%로 두 차례 대선 모두 연령대 중에서 가장 높았다. 17대 대선에서는 1987년생(20세)부터 1978년생(29세)까지, 18대 대선에서는 1992년생부터 1983년생까지가 20대였다. 1978~1987년생 절반 이상, 1983~1992년생 10명 중 3명이 당시에 투표를 하지 않았다.
최근 대선에서는 달랐다. 19대 대선에서 기권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30대(80세 이상은 분석에서 제외)로 올라갔다(25.79%). 1987년생(30세)부터 1978년생(39세)의 나이대다. 10년 전 대선에서 연령대별 최고 기권율을 기록한 이 연령대는 30대가 되서도 최고 기권율 자리를 지켰다.
5세 단위로 보면 추세가 보다 뚜렷했다. 17대 대선 기권율이 가장 높은 집단은 25~29세(57.10%)였고 이들은 1978~1982년생들이었다. 기권율이 두번째로 높은 집단은 20~24세(48.90%)로 이들은 1983~1987년생이었다. 18대 대선에서 기권율 최고 집단은 25~29세(34.26%), 1983~1987년생들이었다. 기권율 2위 집단은 30~34세(32.34%), 1978~1982년생들이었다.
19대 대선에서는 1978~1982년생이 기권율 1위(25.86%), 1983~1987년생이 기권율 2위(25.70%)였다. 3차례의 대선, 15년 동안 두 연령대가 번갈아가며 기권율 1,2위 타이틀을 나눠가진 것이다.
최근 20대는 ‘80년대생 20대’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대 대선의 20대인 1988~1997년생들의 기권율은 23.94%로 주요 투표 참여층인 40대 기권율(25.07%)보다 낮았다. 적극적인 투표 참여는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활발했다. 20~24세(1992~1997년생) 기권율은 22.86%였는데 20~40대를 통틀어 가장 낮았다.
■여성은 덜 기권한다
과거 선거에서 ‘투표에 적극적인 이’는 단연 남성이었지만 요즘은 아니다.
여성의 기권율은 6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남성 기권율보다 낮아지고 있다. 전국 250여곳 시군구의 남녀 기권율 분포를 박스플롯(Box plot)으로 정리한 그래프에서 추세가 확인된다. 박스플롯은 최소값, 제1사분위수, 제2사분위수, 제3사분위수, 최대값 등 5개 수치로 전체 데이터의 분포를 나타내는 도구다.
17대 대선에서 여성 기권율 중간값은 36.16%로 남성(36.14%)보다 0.02%포인트 높았다. 그래프 상에서도 여성 기권율 분포를 의미하는 붉은색 상자가 남성 기권율 분포(푸른색 상자)보다 위쪽에 위치한 것이 확인된다. 전국 시군구의 여성 기권율을 모은 결과가 전반적으로 남성 기권율에 비해 높았다는 뜻이다.
반면 18, 19대 대선에서는 여성의 기권율이 남성 기권율보다 더 낮았다. 18대 대선에서는 1.16%포인트, 19대 대선에서는 0.23%포인트 여성 기권율 중간값이 남성보다 낮게 나타났다.
젊은 여성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나서는 경향이 강했다. 17대 대선에서는 30~4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 기권율이 남성보다 더 높았는데, 18대 대선 이후부터는 60세 이상 고령층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의 기권율이 낮아졌다. 18대 대선에서 같은 연령대 남성 기권율보다 1.25%포인트 낮았던 20대 여성 기권율은 19대 대선에서 그 격차를 4.91%포인트로 늘렸다.
다른 연령대에서도 여-남 투표율 격차가 커지고 있다. 40대 여성의 기권율은 17대 대선에서 남성에 비해 1.61%포인트 낮았는데, 19대 대선에서는 4.47%포인트로 격차가 벌어졌다. 30대 여성의 기권율은 3차례 대선에서 줄곧 6.21%포인트, 6.69%포인트, 5.60%포인트 남성 기권율보다 낮았다. 60세 이상 고령 여성의 기권율은 남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데, 그 간극을 메우고 전체 평균을 끌어올릴만큼 젊은 여성층의 투표 참여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는 기권자의 구성을 바꾸고 있다. 기권자 중 가장 많은 이들은 30~40대 남성이었는데, 그 비중은 조금씩 늘고 있다. 17대 대선에서는 전체 기권자 중 10.53%가 40대 남성이었고 10.06%가 40대 여성이었다. 5년 후인 18대 대선에서 40대 남성은 12.08%, 40대 여성은 9.83%였다.
■누가 기권하는가
이번 선거에서는 어떨까. ‘비호감 대선’에서 쌓인 피로감이 전반적인 기권율 상향으로 이어질지, 여성과 소수자를 배제한 공약들에 그간 열심히 투표를 해오던 여성들이 기권으로 마음을 돌릴지는 미지수다. 선관위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7~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10명을 조사한 결과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한 18~29세는 66.4%에 불과했다. 다른 모든 연령대는 19대 대선 응답에 비해 투표 참여 의향이 오르거나 유지됐는데 20대만 17.8%포인트 하락했다.
‘20대가 외면한 20대 선거’가 될 것인지, 80년대생들이 기권율 최고 세대라는 불명예를 이어갈지는 모두 9일 이후 판가름 난다. 17대 대선 이후 꾸준히 이어져온 기권율 하락세가 이번 대선에서 이어질지도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