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초고유가 시대를 맞고 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 담당 부총리는 7일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는 재앙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배럴당 300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유럽국가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힌 데 대한 대응이다. 미 하원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에 따른 미국의 제재와 러시아의 대응으로 전 세계가 경제전쟁에 휘말리고 있다. 그 불똥은 한국을 비롯한 비산유국·에너지 자원 빈국으로 튀고 있다. 고유가를 상수로 보고 국내 산업과 소비자를 보호하는 대책을 서둘러 세워야 한다.
국제유가는 최근 한 달 새 40% 가까이 급등해 배럴당 120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사상 최고가는 2008년 7월 기록한 배럴당 147달러인데, 머지않아 갈아치우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JP모건은 올해 185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200달러까지 치솟는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가 급등은 경기가 침체하는데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당장 국내 휘발유값이 큰 폭으로 뛰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통계를 보면 8일 서울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ℓ당 1931.48원으로 전날보다 32.22원 급등했다. 2000원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이고, 3000원대에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시는 고꾸라지고 환율은 치솟는 등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622.40에 머물러 지난 1월27일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9.9원 급등한 1237원에 마감, 1년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한국 경제가 대비해야 할 것은 이뿐이 아니다. 미국 주도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한국을 러시아가 비우호국가로 지정했다. 러시아 기업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은 채무상환이나 결제대금을 루블화로 받게 됐다. 루블화 가치는 최근 보름 새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환차손이 불가피하고, 사실상 채무불이행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정부는 국내 기업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시시각각 급변하는 상황에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글로벌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또한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