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의 최종 투표율이 77.1%로 잠정 집계됐다. 2017년 19대 대선의 77.2%와 거의 같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2002·2007·2012년 대선 때보다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이다. 하루 확진자가 30만명을 넘는 오미크론 폭증세도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 의지는 막지 못했다.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36.93%)의 열기가 본투표에서도 이어진 셈이다.
이번 선거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정면으로 맞붙으면서 관심도를 끌어올렸다. 막판 여론조사에서도 거대 양당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보임에 따라 보수와 진보, 양측의 결집이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또 만 18세 유권자가 처음 투표하는 데다, 젠더 이슈가 부상하며 청년들이 대거 투표했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박근혜 탄핵과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유권자들이 ‘투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투표장으로 향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높은 투표율의 이면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재명 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모두 대장동·고발 사주 의혹과 배우자 리스크 등에 휘말리며 양측 간 네거티브전이 치열했다. 이런 진흙탕 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은 소중한 한 표를 통해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이끌 새 지도자를 선택했다. 여당이 약속한 정치교체든, 야당이 내세운 정권교체든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시민들의 열망이 뜨겁다는 것이 이번 투표에서 확인됐다. 정치권은 향후 정치 혁신과 통합의 정치를 실현함으로써 이 열망에 화답해야 한다. 사전투표에서 관리 부실을 드러냈던 선관위도 시민의 높은 참여 의식에 값하는 역량을 갖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