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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대 허구의 ‘숫자 수수께끼’

입력 2022.03.10 03:00

수정 2022.03.1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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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미래] 실화 대 허구의 ‘숫자 수수께끼’

오늘의 주제는 실화 대 허구다. 실화에 기반한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요즘 화제다. 다큐멘터리 영화 <미싱 타는 여자들>과 <보드랍게>가 연일 SNS에 오르내린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전에도 있었지만, 요즘은 특히 주목받는 것 같다. 요 몇 해 꾸준히 넷플릭스를 통해 실화 기반 드라마와 다큐멘터리가 눈길을 끌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김태권 만화가

김태권 만화가

왜 실화인가. 실화에 기반한 창작물은 어떤 점이 좋은가. 이런저런 이유가 있지만, 핵심은 실화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일 터이다. “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라는 한 줄이 있고 없고에 따라, 창작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달라진다. 허구만 있어도 재미는 충분하다. 그런데 실화에 근거했다는 말을 들으면 우리 마음에 특별한 느낌이 생긴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라는 어린이 그림책이 있다. 상도 많이 받았다. 누려야 할 인권을 누리지 못하는 다른 나라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하루 열네 시간씩 노동하는 인도 어린이, 3년째 맨홀 아래서 사는 루마니아 어린이, 아홉 살 때 끌려가 소년병이 된 콩고 어린이의 사연이 마음 아프다. 이 모든 이야기를 들려준 후 책은 묻는다. “거짓말이지?” 그리고 책은 대답한다. “아니, 진짜 이야기란다.” 이 부분에서 나는 마음이 울컥해, 아이 모르게 눈물을 훔쳤다. 실화는 힘이 있다.

그런데 문제다. 실화만 가지고는 이야기를 꾸밀 수 없다. “작가란 궁극적인 진실을 찾아가는 사람이지만 그 길의 모든 단계에서 거짓말을 한다.” 소설가 앤 라모트가 <쓰기의 감각>이라는 책에 쓴 문장이다. 논픽션 창작물도 다르지 않다. 이야기란 원래 진실과 거짓이 뒤범벅된 요상한 물건이다. 실화에도 해석이 섞였고 허구에도 진실이 담겼다.

옛날 창작자도 지금 창작자도 이 점을 안다. ‘삼국지’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역사책 <삼국지>고 또 하나는 소설로 풀어쓴 <삼국지연의>다. <삼국지연의>에 대해 옛날부터 “진짜와 거짓이 칠 대 삼”이라고 했다. 70%는 역사책 <삼국지>에 나오는 이야기고 30%는 지어낸 허구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유비와 관우와 장비가 “형제처럼 사이가 좋았다”는 말은 역사책에 있지만, “복숭아밭에서 의형제를 맺었다”는 도원결의 이야기에는 허구가 섞였다.

넷플릭스 드라마 <나르코스>의 제작진은 인터뷰에서 “실화와 허구가 오 대 오”라고 했다. 시청자는 어떨까. 눈길을 끄는 온라인 투표가 있다. ‘오프라데일리’에 <나르코스>에 관한 기사가 실렸는데, “드라마가 실화에 기반하기를 바랍니까”를 물었다. 내가 최근에 확인했을 때에는 “실화에 근거하면 좋겠다”는 시청자가 87%, “상관없다”는 쪽이 13%였다. 시청자 반응은 ‘구 대 일’이라 할 만하다.

그래서 딜레마다. 실화만 있고 허구가 없으면 이야기가 퍽퍽하다. 그렇다고 실화의 비중을 줄이면 감상자가 실망할지도 모른다. 오늘도 창작자의 고민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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