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72석 거야’ 민주당, 책임있게 쇄신하고 국정 견제하라

더불어민주당이 9일 대선에서 패했다. 1987년 개헌 이후 이어져온 ‘정권교체 10년 주기’ 관행이 깨졌다. 2017년 탄핵으로 물러난 정치세력에 5년 만에 다시 정권을 내준 것이다. 현 여권에 대한 민심이 얼마나 차가운지를 보여준다. 부동산 정책 실패와 여권 인사들의 오만과 위선, ‘내로남불’ 행태가 촉발한 정권심판론이 선거판을 지배했다. 이재명 후보는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우리가 부족한 것 때문에 생긴 일이지, 국민 판단은 언제나 옳았다”고 했다.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총사퇴했다. 말로 아닌 진심으로 민심을 새기면서 쇄신을 통해 거듭나야 할 것이다.

민주당의 지난 5년은 유권자들을 실망시킨 시간이었다. 촛불혁명의 여파로 집권했지만 그에 걸맞은 정치를 보여주지 못했다. 20년 집권 플랜을 넘어 50년 집권을 언급했다. 정치개혁은커녕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했다. 지난 총선 때 위성정당을 만드는 꼼수를 따라간 것이 대표적이다. 당의 귀책으로 재·보궐 선거가 열리면 후보를 내지 않겠다던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그리고 4·7 재·보선 패배로 경고를 받았음에도 성찰하지 않았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부동산 등에서의 정책 실패를 임시방편적 대응으로 무마하려 했다. 주요 정책에서 갈팡질팡했다. 이번 대선에서 전통적 우세 지역인 서울에서 패배한 것이 오늘날 민주당에 대한 시민들의 입장을 대변한다. 이재명 후보가 전국적으로 24만여표 차로 졌는데, 서울에서는 31만표로 패배했다. 대선과 동시에 치러진 재·보선도 민주당의 완패로 끝났다. 민주당이 뼈아프게 자성해야 할 대목이다.

민주당은 정권 심판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혁신에 나서야 한다. 대선 과정에서 제기된 586세대의 용퇴론 등을 포함해 전면 쇄신의 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정당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 정치개혁에 앞장서야 함은 물론이다. 대선 과정에서 당론으로 채택한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과 연동형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정치개혁도 최대한 일찍 입법화하기 바란다. 민주당은 여전히 국회 의석이 172석에 달하는 거대 정당이다. 앞으로 민주당이 할 일은 야당으로서 윤석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면서도 민생 살리기에는 협치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극복 등 국가적 난제가 산적해 있다. 6월 지방선거도 코앞에 닥쳤다. 민주당이 조속한 시일 내에 시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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