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년여성 결집이 뜻하는 것 “차별과 혐오의 정치 거부한다”

20대 대선에서 청년여성은 정치적 시민으로서 ‘존재 증명’을 했다. 이들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우세가 예상되던 선거 판세를 0.73%포인트 차 초접전으로 몰고 간 주역이 됐다.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 20대(18~29세) 여성 가운데 58%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33.8%만 윤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왔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 당시 ‘노풍’(노무현 바람)의 진원지가 된 호남의 선택 이후 가장 뚜렷한 ‘집단적 전략투표’로 평가할 만하다.

20대 여성의 결집을 단순한 힘자랑이나 세력 과시 차원으로 봐선 곤란하다. 이들은 윤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주도한 ‘성별 갈라치기’ 등 차별과 혐오의 정치를 심판했다. 선거 과정에서 윤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와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 등 일부 ‘안티 페미’ 청년남성을 겨냥한 정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시대착오적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 대표는 ‘2030세대 남성과 60대 이상이 손잡고 4050세대를 포위하자’는 이른바 ‘세대포위론’으로 청년여성을 조직적으로 소외시키려 했다. 선거 직전에는 “여성의 투표 의향이 남성보다 떨어진다”며 주권자로서의 여성을 깎아내렸다.

대선 기간 내내 배제된 20대 여성은 선거가 시작되자 줄 이어 투표장으로 향했다. 정치권이 그들을 민주국가의 시민으로 대우하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냉소로 응답하지 않았다. 대신 투표 행위를 통해 민주적 ‘시민 됨’을 입증했다. 각 정당은 이제 청년여성의 목소리를 외면하고선 정치를 해나갈 수 없음을 깨달았으리라 믿는다. 국민의힘에선 김재원 최고위원이 여가부 폐지 공약 재검토 여부를 두고 “앞으로 많은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n번방 성착취’ 문제를 파헤친 활동가 박지현씨를 선거 막판 영입하며 여성 표심에 호소한 바 있다. 대선이 끝났다고 태도를 바꿨다가는 공당으로서의 신뢰를 저버리게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정치권은 차별·혐오의 정치와 절연할 각오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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