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윤 후보의 득표율은 48.56%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차이가 불과 0.73%포인트(24만7000여표)였다. 1987년 직선제 대선 이후 가장 작은 득표율 차였는데, 그 표는 무효표 30만7000여표보다 적다. 윤 후보는 10일 새벽 당선 확정 후 대국민 인사를 통해 “국민통합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는 “국민을 편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라고 했다. 윤 당선자는 반드시 이 약속을 실천에 옮겨 통합의 정치를 이뤄내야 한다.
역대 최소 표차에 담긴 유권자들의 뜻은 명확하다.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손을 들어주지 않으면서 여야 모두에 경고를 보냄으로써 여야 간 협치를 명령했다. 윤 당선자는 역대 최소 표차 당선에 180석에 달하는 막강한 의석을 가진 범야권을 상대하는 이중적 압박 구도 아래서 국정을 펴나가게 됐다. 윤 당선자도 이 점을 의식한 듯 “여소야대 상황이 민주주의와 정치가 훨씬 성숙돼 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만나서는 “의회와 늘 중요한 국가 현안을 상의하는 정부 운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이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윤 당선자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함으로써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윤 당선자가 후보 시절 시종일관 비판해온 부동산 문제와 양극화, 청년 실업 등은 이제 고스란히 윤석열 정부의 과제가 되었다. 야당 후보로 비판만 할 때와는 그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 윤 당선자는 새 정부의 운영 방향과 정책에 대해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일 중에서 지속해야 할 과제는 이어가고 변화를 줘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등 시급한 현안이 많다. 효율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서둘러 인수위를 구성해서 현 정부와 원활하게 정권을 인계인수해야 한다. 윤 당선자가 당선 첫날 이례적으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통화했다. 중국과 전략 경쟁을 벌이는 미국이 양국 동맹을 강화하자는 뜻이지만, 그만큼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고 민감하다는 의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한층 더 복잡해지는 국제질서에 대응하면서 남북 및 한·중 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면밀한 외교전략이 필요하다.
유권자들이 윤 당선자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은 양당 정치의 폐해에 덜 물든 정치 신인이 정치를 바꿔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윤 당선자로서는 총리 인준 등 첫 출발부터 만만치 않을 것이다. 협치가 아니고서는 한발도 나아가지 못하게 돼 있다. 정치개혁 과제도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심화된 사회 분열상을 해소하고 통합을 이뤄내야 함은 물론이다. 윤 당선자는 “오직 국민만 믿고 오직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고 한 말을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