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관련해 “이제는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다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에,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을 부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인수위 1차 인선을 발표한 뒤 이같이 밝혔다. 여가부 폐지 공약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윤 당선인은 또 향후 인사의 ‘지역·성별 안배’ 문제를 두고 “자리 나눠먹기식으로 해서는 국민통합이 안 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내각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우려 노력했는데, 이러한 ‘균형인사’ 원칙과 선을 그은 셈이다.
이날 윤 당선인의 발언은 대선이 끝난 후 줄곧 강조해온 ‘국민통합’ 메시지와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지난 1월 윤 당선인이 여가부 폐지 공약을 내세운 뒤 ‘성별 갈라치기’ 논란이 일었다. 일부 ‘안티 페미니스트’ 청년남성을 겨냥한 공약은 사회적으로 심대한 갈등을 야기했고, 분노한 2030 여성들은 대선 막판 국민의힘을 외면하고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몰렸다. 갈등을 치유해야 할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후에도 여전히 분열적 공약을 고집하다니 유감이다. 지금 윤 당선인이 해야 할 일은 여가부 폐지가 아니라, 차별과 혐오에 기반했던 선거운동 과정을 자성하는 일이다.
“자리 나눠먹기” 발언도 염려되기는 마찬가지다. 윤 당선인이 과거 검찰총장 시절 특정 검사들과 함께 일하며 ‘윤석열 사단’을 구축했던 경험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그 이전 정부도 대부분 주요 공직을 임명할 때 영호남 등의 지역, 남녀의 성별 안배를 고려했다. 국민통합을 위한 균형인사 차원에서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의 인사원칙과 검찰총장의 인사원칙은 달라야 함을 인식하기 바란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14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임명 소감과 향후 인수위 운영 방향 등을 밝힐 것이라고 한다. 안 위원장은 과거에 정권 인수인계 작업을 맡았던 ‘실무형’ 인수위원장들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부터 ‘윤·안 공동정부’ 구성에 합의한 만큼 자율권을 갖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여가부 폐지와 같이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공약은 인수위 차원에서 과감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야말로 공동정부의 한 축으로서, 책임있는 정치인으로서 반드시 해야 할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