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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통령님, ‘성범죄 무고죄 신설’ 재고해 주세요

입력 2022.03.13 21:49

수정 2022.03.13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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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보복 도구로 악용

피해자 권리 회복 위축돼

2017년부터 4년간 경남의 한 프로야구단 하청업체에서 근무한 A씨는 직장 내 성희롱과 임금체불, 휴직강요 등의 부당함을 겪었다. 자진퇴사를 강요받는 상황에까지 이른 A씨는 2020년 7월 직장에서 겪은 부당함을 관할 노동지청에 알렸다.

노동지청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직장 상사로부터 직장 내 성희롱(성적 언동)의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된다”면서도 “사업주 외의 자가 행한 경우여서 (회사 대표에게) 법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후 회사 측은 직장 내 성희롱 진정을 포함해 업무방해 등으로 A씨를 고소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A씨는 13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피해사실을 알린 부분에 대한 보복성으로 느껴져 정신적으로 고통이 심했다”며 “성범죄 무고죄가 강화하면 앞으로는 피해사실을 알리려는 시도마저 제약될 우려가 크다. 오히려 피해자에 대한 보호망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직장갑질119는 이날 성희롱이나 성추행 사실을 외부에 알린 이후 되레 피해자들이 무고죄로 고소당한 제보 사례를 공개했다. A씨 사례 외에도 워크숍 회식자리에서 인사부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해 경찰에 신고했는데,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되자 무고죄로 고소되고 손해배상을 청구당한 사례도 있었다. 다만 검찰과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직장갑질119는 이처럼 무고죄가 ‘전가의 보도’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노동현장에서의 무고죄 고소나 보복 소송은 승소 목적이 아니라 상대방을 괴롭힐 목적으로 제기되고, 실제 상대방을 위축시키는 효과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공약으로 성범죄 무고죄 조항 신설을 내세웠다. 형법상 무고죄 처벌 조항이 있는데, 별도 조항을 둬 가중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성계는 “성범죄 피해 사실의 공론화를 위축할 수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젠더정치연구소는 “성범죄 피해자가 겪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성범죄 가해자가 무고죄를 이용해 피해자를 옥죄는 현실을 더 강화하는 무고 조항 신설을 내세울 수 없다”며 “성범죄를 편협하고 편향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성명을 낸 바 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윤 당선인의 성폭력 무고죄 처벌 강화 공약은 피해를 입은 노동자, 특히 여성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위축시키고, 가해자들이 무고죄를 협박의 도구로 악용하게 될 우려가 크다”며 “성폭력 무고죄 공약은 폐기돼야 하고, 무고죄 악용은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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