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소방관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키이우 외곽 식료품 보관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키이우|AP연합뉴스
미국은 13일(현지시간)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돕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중국은 1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고위급 회담을 갖고 미·중 경쟁 관리 및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NN 등 미국 방송과 잇따라 인터뷰를 하면서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 전체 계획을 알지는 못했더라도 일부 행동 계획에 대해선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우리는 중국이 어느 범위까지 러시아에 물질적, 경제적 지원을 실제로 하는지에 관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는 우리의 우려 사항”이라면서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할 경우 분명히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력히 규탄하면서 유럽 등 서방국가들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전방위적 제재를 단행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보전을 지지한다면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의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에 기권하는 등 표면적으로는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는 어떤 나라가 경제 제재로 인한 러시아의 손실에 대해 벌충해 주는 것을 좌시하거나 지켜보지 않겠다는 점을 중국에 전달했다”면서 “제재 회피를 도울 경우 분명히 대가가 있을 것이라고 중국에 직접적으로, 은밀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러시아를 도울 경우 제재할 것이냐는 질문에 “세계의 어느 나라, 어느 곳에서건 경제 제재를 받은 러시아에 생명줄을 제공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웬디 셔면 국무부 부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직전 동반자 관계에 관한 장문의 성명을 발표하는 등 전보다 가까워진 것을 봤다”면서 “이와 동시에 중국이 주권국가에 대한 침공을 매우 불편해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셔먼 부장관은 “중국은 주권과 영토보전이 핵심적이며, 국가는 각자의 정치적 미래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면서 “우리는 이런 원칙에 동의하며, 중국도 그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이 주권과 영토보전의 중요성에 대해 기존에 밝혔던 입장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적용해 반대 쪽에 서라고 촉구한 것이다.
셔먼 부장관은 “푸틴은 2주 만에 (러시아의) 30년 간의 경제 발전을 원상태로 돌려버렸다”면서 “중국은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을 것이고,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대가로 미국과 서방으로부터 강력한 경제 제재를 당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잘 설정하라는 촉구이자 경고로 해석됐다.
미국과 중국은 1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고위급 인사들이 대면 회담을 갖는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설리번 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14일 만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번 회담이 양국 간 소통 채널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부라면서 “양측은 두 나라의 경쟁을 관리하기 위해 진행 중인 노력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지역과 세계 안보에 미치는 충격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이번 회담은 지난해 11월 중미 양국 정상의 화상회담에서 합의한 중요한 공감대를 실현하는 것”이라면서 “양측은 중·미 관계와 공동으로 관심을 갖는 국제·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에 설리번 보좌관과 양 정치국원의 회동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지역과 전 세계 안보에 미치는 충격이 중요한 토픽이 될 것이라면서 이번 회담에서 특별한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표적 매파 오피니언 리더인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편집국장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만약 설리번이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실망할 것”이라고 올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관련 동향에 관한 의견 교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북 제재를 유지하면서 북한에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 테이블에 나올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대화 테이블 복귀를 압박하기 위해 중국이 대북 제재를 적극적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