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설계·시공 등 총체적 부실 확인된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지난 1월 발생한 광주 서구 HDC현대산업개발(현산)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 붕괴사고는 설계, 시공, 감리의 총체적 부실에 따른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 현산 아파트 붕괴사고 건설사고조사위원회가 14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바닥 시공 및 지지방식이 당초 설계와 달리 임의로 변경됐다. 가설 지지대인 동바리는 당초 기한보다 일찍 철거돼 바닥 슬래브가 하중을 견디지 못했다. 붕괴된 건물의 콘크리트는 설계기준 강도에 크게 못 미쳤다. 시공 과정을 확인하고 위험요인을 차단해야 할 감리도 부실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9위를 기록한 대형 건설사의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부실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부실로 16개 층 이상의 내부 구조물과 외벽이 한꺼번에 무너져내렸다. 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1990년대 중반 성수대교, 삼풍백화점과 같은 후진국형 붕괴 사고가 30년 가까이 지났어도 끊이지 않고 있다. 부실을 초래한 원인을 찾아내고, 책임자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현산 화정아이파크는 8개동 총 847가구를 짓는 공사였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201동 외의 다른 동에서도 임의 설계변경과 불량 콘크리트 시공, 감리 부실 등이 비슷하게 진행됐을 것이다. 고층 아파트 건축에 불량 콘크리트가 쓰였다는 조사위 결과는 충격적이다. 외벽이 붕괴한 17개 층 중 15개 층에서 콘크리트 강도가 설계 기준에 훨씬 모자랐다. 조사위는 불량의 원인으로 물을 더 넣는 ‘가수’ 의혹을 제기했다. 강도가 떨어지는 콘크리트는 철근과 제대로 붙지 못해 정상적 구조물 역할을 하지 못한다. 201동뿐 아니라 신축 중인 단지 전체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을 벌여 철거 여부까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광주지검은 이날 현산의 현장소장 등 안전관리 책임자 5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사위 결과가 나온 만큼 수사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장 관리자들이 누구의 지시를 받아 어떤 경위로 결정을 내렸는지 밝혀내야 한다. 현산은 지난해 9명이 숨진 광주 학동4구역 철거 현장 붕괴참사의 원청기업이기도 하다. 묵묵히 살아가던 시민과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책임이 크다. 국토부는 “법령이 정하는 가장 엄정한 처벌을 할 계획”이라는 말이 엄포가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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