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인수위원으로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를 임명했다. 김 위원은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수석급)을 지내면서 ‘비핵·개방 3000’을 주도했으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밀실추진하다 문제가 돼 사퇴했다. 특히 2012년 총선·대선 때는 국군사이버사령부 요원들로 하여금 야당을 비난하는 온라인 댓글을 달도록 한 댓글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런 사람을 새 정부의 첫 주요 인사에서 기용하다니 윤석열 정부의 정체성에 의구심을 갖게 된다.
사이버사의 댓글공작은 국가정보원 댓글조작과 함께 국기를 흔든 대표적인 사건이다. 사이버사는 당시 4대강 사업을 옹호하고 광우병 촛불집회를 비판했다. 이런 댓글공작은 청와대에 직접 보고됐다. 군이 정권의 지시를 받아 시민을 상대로 심리전을 펼친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헌법과 법률을 무시했다며 법치를 바로세우겠다고 한 윤 당선인이 정반대의 일을 하다니 이해할 수 없다. 김 위원이 외교안보 분과 위원으로 부적절한 이유는 또 있다. 그는 2011년 베이징 남북 비밀접촉 때 협상자로 나섰다가 ‘돈 봉투로 정상회담을 유혹하려 했다’는 북측 반발을 샀다. 북한 측에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거론하지 않을 테니 제발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을 갖자”는 말도 했다고 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밀실 추진할 때는 국무회의 심의 과정조차 무시했다. 이런 사람이 새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다니 그 방향이 심히 우려된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대북 선제타격론에 이어 사드 추가 배치를 언급했다. 그런데 인수위를 꾸리면서 과거 이명박 정부 실세인 김 위원을 기용했다. 외교·안보 분과위 좌장으로는 역시 MB 정부에서 주요 역할을 한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차관을 임명했다. 이명박 정부는 비핵·개방 3000을 펴다 남북관계를 얼어붙게 하고, 결과적으로 북핵 고도화를 초래했다. 그러면서 뒤로는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일관성 없는 행태를 보였다. 김은혜 대변인은 기자들이 김 위원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묻자 “어떤 일을 말씀하시는 거냐”고 반문했다. 여론을 무시하고 가겠다는 말인데, 우려스럽다. 낡은 인물과 발상으로는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윤 당선인은 김 위원 임명을 재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