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례 없는 신구 권력의 충돌, 국민은 우려한다

2019년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2019년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16일 오찬 회동이 갑자기 연기됐다. 대선 후 대통령과 당선인의 공지된 만남이 불과 예정 시간 4시간 전에 순연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신구 권력 간 충돌 기류에 원활한 정권 인수인계와 협조를 기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측은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구체적 연기 사유에 대해 함구했다. 그러나 양측 간 이견을 보이는 현안은 쌓여가고 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간 의제 조율이 순조롭지 않다는 뜻이다.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한국은행 총재와 몇몇 공직 인사를 두고 벌어진 기싸움이 단적인 예이다. 지난 15일 “꼭 필요한 인사는 협의해 달라”는 윤 당선인 측 요구에 청와대는 “임기 내 인사권 행사는 당연하다”고 맞섰다. 16일엔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이 “정치적으로 임명된 직원들은 스스로 거취를 생각하라”고 가세했다. 정권교체기마다 있어온 현재·미래 권력 간 인사 갈등이 재연된 셈이다.

윤 당선인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건의’를 예고한 것도 회동 연기 사유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부정적 여론이 높은 사면을 회동 전부터 윤 당선인이 압박한 모양새가 됐고, 문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의제로 삼을지 결정될 수밖에 없게 됐다. 여기에 윤 당선인 측이 민정수석실 폐지 이유로 “뒷조사와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한 데 대해서도 청와대 측은 “현 정부에서 없었던 일”이라고 불쾌감을 표했다. 양측 모두 이런 갈등이 국민통합이나 권력 이양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 힘겨루기를 자제해야 한다. 특히 새 권력은 점령군처럼 비치지 않는지 냉철히 돌아봐야 한다.

이번 회동 연기는 덕담하며 현안을 논의하려던 문 대통령과 의제를 설정해 성과를 내려는 윤 당선인의 시각차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당선인이 만나 6개항을 합의한 것 외에 역대 대통령·당선인 회동은 상견례 형식이 많았다. 차제에 임기 말 인사는 차기 정부로 넘기거나 공직을 몇개 등급으로 나눠 다르게 접근하는 식으로 제도화해 갈등을 줄일 필요도 있다.

코로나19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내외 난제가 산적해 있다. 여야를 떠나 한 치의 국정공백 없이 대처해야 할 사안들이다. 대선이 초박빙으로 끝난 터라 권력 이양이 순탄할지 시민들이 주목하고 있다. 역지사지하고 상호존중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회동이 속히 조율돼 협치와 소통의 문을 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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