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이 16일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에서 공개적으로 사퇴를 압박하고 나서자 이를 일축한 것이다.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5일 방송에서 진행자가 ‘김오수 총장 임기가 1년 남았다’고 하자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시절 누구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조해온 인물이다. 그런 당선인의 핵심 측근이 임기제 검찰총장에게 알아서 나가라고 하다니 벌써부터 ‘내로남불’ 소리를 들을 참인가.
검찰총장 임기는 2년이다. 검찰청법에 임기를 규정한 취지는 권력이 검찰총장을 제 뜻대로 흔들지 못하도록, 총장이 어떤 눈치도 보지 않고 소신있게 일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윤 당선인도 총장 재직 중이던 2020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임기라는 것은 취임하면서 국민들과 한 약속이다. 어떤 압력이 있더라도 제가 할 소임은 다 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심각한 갈등을 빚으면서 사퇴설이 나오던 시기였다.
윤 당선인은 또한 후보 시절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청 예산을 법무부에서 분리해 별도 편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포기하고 ‘검찰공화국’을 만들려 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지자, 그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편한 대로, 유리한 대로 갖다 쓰는 개념인가.
권 의원은 방송에서 김 총장의 거취를 거론하면서도 “윤 당선인이 (직접) 사퇴를 압박하거나 종용하거나 이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길 바란다. 이번 사퇴 압박이 윤핵관들의 ‘오버액션’으로 그치길 바란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임기 중 물러난 뒤 곧바로 정치에 뛰어들어 대통령이 된 초유의 인물이다. 그런 만큼 검찰의 조직·인사와 관련된 문제에서 한 치의 의심도 없도록 공명정대해야 한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김 총장의 임기는 내년 5월 말까지다.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았다. 1988년 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총장 22명 가운데 임기를 다 채운 인사는 8명뿐이다. 하지만 그것이 현 총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