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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왜 그리 하는지

입력 2022.03.21 03:00

국가인권위원회의 2021년 온라인 혐오표현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언론이 혐오표현을 확대 조장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49.6%에 이른다. 이는 언론이 특정한 ‘혐오표현’을 사용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논란이라는 이름으로 차별적 인식을 정당화하고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언론이 고정관념과 편견에 기대어 손쉽게 기사를 양산한 데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최근 여러 가지 사례에서 이러한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얼마 전 서울교통공사가 장애인 단체의 이동권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이라는 문건을 작성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런데 이 보도를 하면서 ‘교통 약자를 이길 상대로 상정하고 있으니 논란이 생길 전망’이라고 논평하는 데에 그치고 있다. 결국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논란으로 표상하는 것이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논의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이 사안에서 언론이 책임져야 할 것이 남아 있다. 언론은 실제로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시위가 법을 어기는 이기적인 행위로 우리 사회에 해가 되는 일이라고 보도해 왔다. ‘여론전’이라는 말은 이미 언론과의 상호작용을 가정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조응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동원하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여러 의견 중에서도 동료 시민의 권리를 부정하는 관점만 시민의 의견이라며 보도하여 ‘여론’을 형성한 것은 언론 보도이다.

소위 ‘젠더 갈라치기’ 문제의 책임 역시 정치권만이 아니라 언론에 있다. ‘이대남’을 호명하면서 여성들의 차별 해소를 위한 목소리를 문제적인 것으로 틀짓기 해왔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취재원 삼아 성차별 해소를 위한 사회적 노력들을 폄하하는 발언들을 사회적인 것으로 의미화했다. 해당 커뮤니티에 관련된 내용이 게시된 것은 사실이니 사실 보도를 한 것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수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도는 주장들 중 무엇을 부각할지 선택하고 이를 ‘논란’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에서부터 사실의 의미가 구성된다.

SNS 중심의 미디어 생태계가 형성된 지금, 온라인에서 떠도는 말들을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휘트니 필립스는 <미디어는 어떻게 허위 정보에 속았는가>에서, SNS를 통해 유통되는 혐오차별 주장이나 허위 정보에 대응하는 저널리즘의 곤란을 말한다. 이를 있는 그대로 보도하면 해당 내용이 권위를 갖게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혐오가 확산될 수도 있다. 반면 혐오차별이 문제라는 것을 명확하게 지적하지 않으면 이러한 게시물의 피해자를 방치하는 셈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저널리즘은 사건의 맥락과 과정, 소셜 미디어의 특성을 고려하면서 취재 및 사실 확인을 거듭해나가야 한다.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면 해당 주장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노출하는 데 그치지 않아야 하고, 온라인 공간의 게시된 몇몇 의견을 여론으로 재구성해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제안이다.

하지만 우리 언론은 이러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적극적으로 실천하여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시민의 편익 혹은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해 왔다. 성차별 해소를 위해 목소리를 낸 여성 연예인에 대한 괴롭힘 문제를 유튜브 1인 방송 운영자에게 책임을 묻고,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 주장을 사회적 불편을 야기하는 일로 만든 책임을 공공 기관에 묻는 것은 물론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관련된 사안을 보도하면서 클릭 수를 확보하여 이득을 얻은 행위자인 언론 스스로는 어떤 책임을 져야 할까. 손쉽게 기성 언론의 경쟁자인 SNS와 플랫폼을 비난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언론이 시민의 목소리를 어떻게 반영해왔으며 그것이 종국에 무엇을 옹호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근본적 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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