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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땀·눈물로 가족을 지탱해준 사람, 이 땅 모두에게 저마다의 ‘선자’가 있다”…드라마 ‘파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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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땀·눈물로 가족을 지탱해준 사람, 이 땅 모두에게 저마다의 ‘선자’가 있다”…드라마 ‘파친코’

애플tv플러스 오리지널 ‘파친코’ 25일 전 세계 동시 공개

조선인 이민자 가족 4대 다룬 재미교포 작가 동명소설을 드라마화

1915년 부산 영도에서 태어난 선자(김민하, 왼쪽)는 열여섯 살에 일본 오사카에서 온 수산업자 고한수(이민호)를 만난다. 애플tv플러스 제공.

1915년 부산 영도에서 태어난 선자(김민하, 왼쪽)는 열여섯 살에 일본 오사카에서 온 수산업자 고한수(이민호)를 만난다. 애플tv플러스 제공.

1915년 부산 영도에서 소녀가 태어난다. 한쪽 다리를 저는 아버지는 어렵게 얻은 딸 선자를 끔찍이 아낀다. 선자는 “계집애는 끼니만 챙길 줄 알면 된다”는 어머니 밑에서 학교에 가지는 못하지만 어머니의 단단한 마음을 배우며 자란다. 열여섯 살이 된 선자는 일본 오사카에서 새로 온 수산업자 고한수(이민호)와 사랑에 빠진다. 이들의 사랑은 순탄치 않다. 선자는 일본으로 가며 가족, 고향과 생이별할 운명에 놓인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가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를 오는 25일 전세계에 동시 공개한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에 고향을 떠나야 했던 조선인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다.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파친코>는 ‘자이니치(재일동포를 이르는 말)’를 4대에 걸쳐 다룬다. 대가족의 연대기는 시대순으로 펼쳐지지 않는다. 어린 선자(전유나)와 부모가 사는 1910~1920년대, 청년기 선자(김민하)와 고한수가 만나는 1930년대, 노년기 선자(윤여정)와 손자 솔로몬 백(진 하)이 존재하는 1989년이 한 화에도 수 차례 교차하며 전개된다. 배경도 부산, 도쿄, 오사카, 뉴욕 등을 오간다. 인물들의 꿈과 운명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이들의 비밀이 차례로 드러나며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드라마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전후의 폭력을 총칼이 없이도 선연하게 드러낸다. 주인공들이 한국 땅에서 나는 쌀을 구경조차 하지 못하고 빼앗기는 장면, 모욕적인 불심검문을 당하는 장면 등을 통해 당시 조선인의 일상을 짐작할 수 있다. 또 드라마는 강제징용, 일본군 ‘위안부’,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과 같은 사건을 전면적으로 다루기보다 각 인물들의 삶의 배경으로 보여준다. 선자가 일본으로 가는 배에서 만난 남성은 광산으로 일하러 간다며 “일하고 있으면 (징용 모집자들이) 가족들도 다 데려와 준다고 했다”고 말한다. 선자가 58년 만에 한국에 돌아와 만난 고향 사람 복희 언니(김영옥)는 “만주 공장에 좋은 일거리가 있다고 소개시켜준다고 했다”며 “다녀왔더니 (선자) 어머니가 안 계셨다. 변한 꼴 보이고 싶지 않아 다행이었다”고 말한다.

의지할 곳도 가진 것도 없는 조선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는다. 드라마는 특히 모든 것을 다 준다 해도 무언가를 내어주지 않았던 이들을 주목한다. 먹고살기 힘들어도 “두려움이 내 몸을 막 주무르게 놔두면 내 몸이 윤곽조차 낯설어진다. 그걸 몸이라고 할 수 있겠냐”며 일제에 대한 저항을 도모하는 청년부터, 대대손손 먹고 살 보상금을 준다고 해도 “몸 속의 한맺힌 피가, 핏방울 하나하나가 이걸 못하게 막는다”며 일본인에게 절대 땅을 팔지 않는 할머니, 그리고 “나를 반으로 쪼개놓고 살 순 없다. 잘 사는 것보다 어떻게 잘 살게 됐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선자까지. 이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가 드라마를 관통한다.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 참여한 <파친코> 제작진과 배우들. 왼쪽부터 차례로 각본과 총괄 제작을 맡은 수 휴, 선자의 손자 솔로몬 백을 연기한 배우 진 하, 총괄 프로듀서 마이클 엘렌버그, 연출을 맡은 코고나다, 고한수를 연기한 이민호, 총괄 프로듀서 테레사 강 로우, 청년기 선자를 맡은 김민하, 노년기 선자를 연기한 윤여정. 애플tv플러스 제공.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 참여한 <파친코> 제작진과 배우들. 왼쪽부터 차례로 각본과 총괄 제작을 맡은 수 휴, 선자의 손자 솔로몬 백을 연기한 배우 진 하, 총괄 프로듀서 마이클 엘렌버그, 연출을 맡은 코고나다, 고한수를 연기한 이민호, 총괄 프로듀서 테레사 강 로우, 청년기 선자를 맡은 김민하, 노년기 선자를 연기한 윤여정. 애플tv플러스 제공.

각본을 쓰고 총괄 제작을 맡은 수 휴, 연출을 맡은 코고나다와 저스틴 전,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테레사 강 로우 등 한국계 미국인이 대거 제작에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 1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파친코>가 한반도인의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세계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코고나다 감독은 “한국 역사를 다루긴 했지만 우리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민자들은 여전히 매일 생존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모두의 이야기이자 현재 진행형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테레사 강 로우는 “<파친코>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여성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라며 “젊은 여성이 한 가정의 중심이 되고, 그녀 이후 여러 세대가 이어지면서 그녀가 가정의 핵심에 올라선다. 당신이 누구든, 한국인이든 아니든 모든 이에겐 (저마다) ‘선자’가 존재한다”고 했다. 수 휴는 “설령 아무도 인지하고 있지 못하더라도 모든 가정의 근간에는 그들을 지탱해 주는 ‘선자’가 있다. 수많은 피, 땀 그리고 눈물로 가족의 생존을 위한 기틀을 다지고 길을 닦은 단 한 사람. 이 작품은 이 땅의 모든 ‘선자’에게 바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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