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상위 1%의 세상

안호기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상위 1%에 관한 소식은 대부분 언론의 기사감이 된다. 대중의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21일에는 상위 1% 근로소득자가 2020년 기준 19만4953명이고, 그중 75%는 수도권 직장에 다닌다는 통계가 뉴스화됐다. 서울 한남동 고가 연립주택이 지난달 100억원에 팔려 역대 연립주택 매매가 2위를 기록했다는 사실도 이날의 뉴스였다. 상위 1% 부자의 집이었을 것이다. 며칠 전 한 언론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주총 패션’을 소개했다. 최근 몇 년간 이 사장이 주주총회에 입고 나온 옷의 브랜드와 가격을 자세히 전했다. 기사는 이 사장의 패션이 ‘상위 1% 룩’ 등으로 회자된다고 했다. 집값 상위 1%가 전체 1주택자 보유세의 24%를 부담하고, 소득 상위 1% 유튜버·BJ 등의 소득이 전체의 26%를 차지한다는 등의 뉴스도 있었다.

사람들은 상위 1%가 돈을 얼마나 벌고, 어디에 살고, 어떤 옷을 입는지를 궁금해한다. 1%는 뉴스뿐 아니라 각종 광고와 출판물의 소재로도 많이 쓰인다. 네이버 책에 ‘상위 1%’를 검색어로 넣으면 1249건이 뜬다. 교육과 관련한 책이 가장 많고 투자, 부자 관련 등도 각각 수백권에 이른다. 1%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유혹하는 책들이다. 1%는 나머지로 불리는 99%가 있어야만 존재한다.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99%가 1%에 진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자본주의적 혁신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사람들에게서 돈을 쥐어짜는 기술”이라고 했다. 그 결과는 부의 집중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뿐이다. 1%는 정책마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해 기득권 벽을 쌓아올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경제단체장 6명과 식사를 했다. 99%에 앞서 1%와 먼저 만난 것이다. 경제단체장들은 규제 개혁과 중대재해처벌법 수정, 노동 관련 법제 개정 등을 건의했다. 하나같이 1%의 입지를 굳히는 장치들이어서 우려스럽다. 불평등을 완화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99%를 외면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윤 당선인은 조만간 노동계 대표들과도 만날 것이라고 한다. 상위 1%만의 나라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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