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규제완화 예고…“언제든 나와 직접 통화되게 할 것” 핫라인 약속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1일 경제 6단체장을 만나 “정부 주도에서 이제는 민간 주도 경제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며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참석 대상이 된 것을 두고 전경련 키워주기란 지적이 나왔다.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과 2시간30분 동안 도시락 오찬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
윤 당선인은 “정부는 인프라를 만들고 뒤에서 도와드리고, 기업이 앞장서서 일자리를 만들며 투자해 기업이 커가는 것이 나라가 커가는 것 아니겠느냐”며 “쉽게 보면 경제학적으로 소득이 올라야 경제성장이고 기업이 성장하는 게 경제성장”이라고 말했다. 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을 강조한 것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경제 분야에선 작은 정부론을 강조해왔다.
윤 당선인은 “(기업을) 도와드리기도 쉽지 않은 일이고,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해나가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 아닌가”라며 “방해요소가 어떤 것인지 (기업인들이) 많이들 느끼고 아실 테니 앞으로도 조언해달라”고 말했다. 차기 정부에서 대규모 규제 완화를 예고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은 비공개 회동에서도 “(기업이) 해외에 도전하는 것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나 다름없다. 운동복도 신발도 좋은 것 신겨 보내야 하는데, 모래주머니 달고 메달 따오라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며 “새 정부는 여러분들이 힘들어했던 부분들을 상식에 맞춰 바꾸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전했다. 윤 당선인은 “요즘 전쟁이란 총이 아닌 반도체가 하는 것이란 말이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도 기업과 경제활동의 방해요소를 제거하는 데에 있다”면서 “쉬운 일을 엉뚱하게 하는 정부가 되지 않겠다”고도 했다.
윤 당선인은 “혹시 잘못하면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가차없이 이야기해달라”면서 “저와 언제든 직접 통화하실 수 있게 하겠다. 기탄없이 의견을 전달해달라”고 말했다. 기업인들과 ‘핫라인’ 구축을 약속한 것이다.
윤 당선인, 국정농단 연루 전경련도 불러 ‘논란’
윤 당선인은 “소득자산 격차 등 양극화 심화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고착화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국가의 역동적 혁신성장을 통한 경제 재도약”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은 회동에서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에 한국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핵심 원천기술을 좀 더 만들어야 미래 안보가 훨씬 튼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손경식 회장은 “처벌 중심 때문에 기업인들의 걱정이 많다”고, 허창수 회장은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중대재해처벌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문 회장은 대기업·중소기업 양극화 문제를 지적하며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정말로 이익을 공유하는 프로핏셰어(수익 공유) 사안 등이 제대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회동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경제인들이 공통적으로 말씀한 것은 빠른 기술 변화에 기업이 적응하고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규제를 혁신해달라는 것”이라면서 “신발 속 돌멩이 같은 불필요 규제들을 빼내 기업들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힘껏 달릴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적었다.
윤 당선인과 경제 단체장들 회동이 공동으로 진행된 것을 두고 경제단체 내에서 볼멘소리도 나왔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정농단에 연루됐던 전경련이 단독으로는 회동이 어려워지자 경제단체 통합 간담회를 추진해 위상을 회복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단체 관계자는 “대기업 중심인 대한상의, 경총, 전경련 사이의 주도권 싸움 구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국정농단 사태 당시 미르·케이(K) 스포츠 재단에 기업들이 수백억원을 출연하는 데 관여해 검찰 수사를 받았다. 2016~2017년 삼성, LG, SK, 현대차 등 4대 기업이 탈퇴하면서 전경련의 위상은 추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