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상한 80% 공약, 실효 위해선
DSR 규제 완화 필수…현행 40%
시중은행, 기대감 속 조정안 ‘촉각’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공약을 이행하려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들은 차기 정부가 어떤 조정안을 내놓을 것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의 은행 관련 공약 중 핵심으로 주택공급 확대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개편 등이 꼽힌다. 공약을 보면 생애최초주택 구매에 대해 LTV 상한을 80%로 올리고, 최초 구매가 아닌 경우엔 지역과 관계없이 LTV를 70%로 단일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가계대출 증가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LTV 규제 개편이 실효성을 띠려면 DSR 규제 완화가 수반돼야 한다. 금융당국은 지난 1월부터 가계대출 합계가 2억원을 초과하는 차주(빌린 사람)에 대해 DSR 40%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출 신청 시 DSR이 이미 40%를 초과했거나, 해당 대출로 DSR이 40%를 초과하게 되면 대출을 받을 수 없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부터 DSR 규제 대상자를 가계대출 합계 1억원 초과 차주로 확대할 예정이지만 이 또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만큼 시중은행들은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는 것을 지켜보겠다”면서도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당국이 각종 제도를 도입하고 은행을 옥죌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당국이 대출 조건을 종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은 규제 완화라기보다 정상화에 더 가깝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이미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위주로 대출 한도를 늘리고 있다. 이달 초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이 2000만~5000만원이던 신용대출 한도를 1억원 이상으로 올렸다. 우리은행도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지난해 10월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되돌렸다.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낮춘 것은 올해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대출 여력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7조6895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7522억원 줄어들며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당국의 강력한 규제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가계부채가 또다시 급증할 가능성과 이에 따른 부실화 위험을 고려하면 차기 정부도 DSR 규제를 대폭 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 관계자는 “(대출 조건 완화가) 조심스러운 건 사실이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