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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5년’도 우리 손에 달렸다

입력 2022.03.22 03:00

학교에 가지 않는 아침인데 아빠가 날 깨웠다. 쉬는 날엔 나보다 더 늦게 일어나는 아빠였는데, 그날은 이상했다. 초등학생인 나보다 더 아이 같은 얼굴로 함께 갈 데가 있다고 했다. 그렇게 졸린 눈으로 아빠 손에 붙들려 간 곳은 투표장이었다. 살던 아파트 옆에 붙어있던 경로당에 그날 처음 들어가봤다. 정숙한 분위기에 쉽게 목소리를 낼 수 없었지만, 신기하게도 아빠의 발걸음은 가벼워보였다. 그날 밤, TV를 보던 아빠가 환호를 질렀다. 축구 경기를 보는 것도 아니었는데. 이게 대통령 선거에 대한 내 첫 기억이다.

조희원 참여연대 활동가

조희원 참여연대 활동가

나중에야 알았다. 그날은 16대 대통령 선거일이었다. 아빠가 어린 딸에게 보여주고 싶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정확한 마음이야 알 수 없다. 추측건대 내 손끝의 한 표가 세상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경험시켜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선거 때만 되면 가슴을 먹먹하게 채우는 마음도 비슷하다. 세상의 변화가 내 손에 달린 듯한 효능감. 이제 좀 더 좋은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 뭔가 다른 정치가 펼쳐질 거라는 설렘.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빠 손을 잡고 투표장에서 민주주의를 처음 경험한 그 어린이는 지금의 나로 자라버렸다. ‘새 정치’라는 단어를 들으면 코웃음부터 치는 회의주의자로 말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새 정치 바람을 몰고 왔던 당사자는 누구보다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정치에 임했다. 이 시대에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 뚜렷하게 말하지 못했다.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구호는 세력 싸움을 키우는 물줄기만 될 뿐이다. 그 와중에 유권자의 희망은 휴지조각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다른 후보라고 다를 것 없다. 후보가 제시했어야 할 대안을 채우는 건 공허한 ‘정권교체’라는 단어다. 무엇을 위해 필요한지 공감되지 않는 정권교체라는 단어만 선거 과정에 뜻 없이 남는다. 그 자리를 빼곡하게 채웠어야 할 시민의 다양한 정치적 욕구는 매몰되어버린다.

그럼에도 새로운 5년은 시작된다. 역대 가장 많은 득표로 당선된 대통령 당선인께 축하를 드린다. 취임 전부터 대통령의 제왕적 권위를 내려놓고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청와대 이전을 추진 중이다. 왜 소통에의 의지가 집무실 이전으로 나타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한 결과라니 뭔가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는 하고 있나 보다.

소통하는 정권을 위해 한 번 더 짚어드린다. 이번 대선이야말로 많은 여성, 소수자, 노동자의 권리를 밟고 완주한 선거라는 걸 알고 있는지. 이제는 이야기되어야 할 성평등, 기후정의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고 소모적인 이대남, 후보의 배우자 갈등만 떠올랐다. 극심한 양극화를 해결하는 대안보다 특정 계층의 욕망이 판쳤다. 당선인이 다짐한 ‘통합’의 정치, 눈앞의 목소리를 지우고는 실현할 수 없다. 부디 다양한 목소리가 널리 퍼지는 5년이 되기를 바란다.

새 정치라는 단어에는 코웃음이 나온다고 했지만, 어디까지나 ‘새’라는 관형사가 붙었을 때뿐이다. 정치라는 단어까지 비웃지는 않는다. 정치는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하는 단어다. 이번 선거를 함께 견딘 모두에게 연대의 박수를 드리며, 앞으로의 5년도 우리 손에 달렸다는 작은 정치적 믿음을 공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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