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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후 전환기 리더십의 과제

입력 2022.03.23 03:00

수정 2022.03.2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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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의 승패는 갈렸지만 새로운 리더십의 향방은 아직 분명치 않다. 이번 선거는 주로 조직기술과 정치기술을 중심으로 진행되었고 미래 비전과 시대정신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 그러나 승자와 패자는 또 바뀔 수 있다. 여야 모두 지난 선거 과정을 복기하면서 전환기 리더십을 재구축해야 할 시기이다.

이일영 한신대 교수

이일영 한신대 교수

강한 리더십을 형성하는 데에는 전환기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리더십 이론의 용어를 빌리면, 이는 상황지능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조지프 나이는 상황지능이란 파도에 올라타기 위해 감각과 준비성을 결합하고 위계적 권력 이상의 힘을 이용할 줄 아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쉽게 말하면, 상황지능은 변화하는 환경을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상황에 대한 낙관적 해법을 단언하는 이보다는 계속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상황지능이 높을 가능성이 많다.

우선 정치적으로는 지난 대선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해야 한다. 2016~2017년에는 국민의힘 세력이 탄핵을 당했고, 2021년 4월 재보선에서는 민주당 세력이 탄핵을 당했다고 할 수 있다. 심판의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 이는 정치세력들이 전환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패자가 “졌지만 잘 싸웠다”고 자족적인 평가를 이어간다면, 승자가 예상 밖의 고전에 대해 성찰하지 않는다면, 리더십이 먼 거리의 대중보다는 내부 서클 범위에 갇혀 작동한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전환기의 리더십은 세계체제를 국내체제와 연결해 인식하려는 지능을 갖춰야 한다. 그간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지난 정부 정책과의 단절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한국과 같은 중간규모 국가의 경우 글로벌 요인이 국내체제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정치 진영 간에 차별화된 정체성을 내세울수록 외부 환경에 대한 적응력은 떨어지게 된다. 전환기의 세계체제 변동에 민감한 이들이 리더십을 강화하는 데에 더 능력을 보일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적으로 리더십의 상황대응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미국·유럽은 러시아에 대해 매우 강력한 경제제재에 나섰다. 대러 제재를 놓고 주요 20개국은 정확히 두 편으로 나눠졌다. 문재인 정부는 제재에 선뜻 참여했고 한국의 결정은 국제적 관심사가 되었다. 인도는 제재에 불참해 러시아의 교역국으로 남았다. 이로써 미국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의 전망이 좀 더 불투명해졌다.

중·러관계는 더 깊은 관계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중국의 태도에 따라 그간 국제정치학자들이 중·미관계의 최전선이라고 경고해온 남중국해, 대만,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환기의 상황 변화는 변화무쌍하기 마련이다. 여야 모두 그간의 고정관념에 집착하지 말고 파도의 방향을 관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세계적 차원의 성장동력 약화는 민주주의의 기반을 위협하는 압력이 되고 있다. 러시아는 물론이고 중국·미국에서 권위주의나 포퓰리즘이 강화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전환기에 리더십을 구축하지 못해 국가질서의 대위기를 맞았던 경험이 있다. 19세기 말의 제1차 세계화 시기에는 개화파 엘리트와 민중운동이 분열했고 망국의 길로 갔다. 해방 후 냉전체제로 전환기에는 중도 리더십을 형성하지 못해 분단과 전쟁의 운명을 맞았다.

대선 과정에서는 새로운 경제적·정치적 분열 흐름도 드러났는데, 이러한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면 리더십 강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정치권은 20대의 젠더 갈등을 정치적으로 동원했는데, 이에 기반한 리더십은 확장성·지속성이 없다. 젠더 갈등의 저변에는 2030세대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적 난관이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분업과 인구구조의 변동, 그리고 코로나19 위기는 2030세대에게 불리한 조건을 만들고 있다.

전통적인 지역정치 구도도 변화하는 중이다. 아직 영호남 지역구도가 남아 있지만, 대세를 결정하는 힘은 수도권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0년대 이후 성장동력은 수도권 쪽으로 더욱 집중되었고, 비수도권과의 소득·자산 격차가 확대되었다. 수도권, 특히 서울의 여론상 헤게모니가 크게 강화되었다. 유주택자, 무주택자, 2030세대 모두를 좌절시킨 부동산정책이, 서울을 중심으로 형성된 정권심판 여론 구도의 바탕이 되었다고 본다.

다시 강조하지만, 전환기 리더십에는 상황지능이 중요하다. 전환기의 지도자는 지지자들에게 위기상황을 이해시키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또한 좋은 지지자가 좋은 리더를 만든다. 좋은 지지자는 충성심과 함께 상황 변화를 잘 이해하는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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