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집무실을 용산에 있는 국방부 청사로 옮기는 문제가 매우 뜨거운 쟁점이다. 지난 20일 윤석열 당선인이 집무실을 옮겨야 하는 이유를 언론에 직접 설명할 정도였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이전 비용을 지출하지 않기로 하였다. 5월10일 신임 대통령 취임 때까지 집무실 이전이 사실상 어렵게 된 것이다. 그래도 당선인은 청와대에 입주하지 않겠으며 취임 이후에라도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신주백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소장
그사이 찬반양론이 뜨거웠다. 논점은 주로 군사안보 문제였다. 이밖에도 집무실 이전 자체가 필요한지에서부터 이전을 제기하고 실행하는 절차적 정당성 문제, 군 지휘부를 옮겨야 하는 국방 문제, 이전 후 시민이 겪을 불편에 대한 문제까지 제기되었다. ‘굉장히 역겹다’는 적대적 막말을 내뱉거나 근거 없이 무속과 연관 짓는 주장도 나왔다.
여기에 더하여 이전 비용은 차이가 나도 너무나 현격하다. 496억원 대 1조원. 인수위 측은 국방부와 한미연합사의 이전 비용과 여러 관사를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해야 하는 비용 등을 포함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1조원을 말하면서도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였다. 정부 회계는 국민이 낸 세금이니 단돈 1원까지도 수입과 지출을 맞추는데, 어찌 이렇게 얼렁뚱땅 계산하는지 참 낯 뜨겁다. 그래서 내 눈에는 논쟁을 위한 논쟁과 정치공학만 보인다.
이제는 당선인이 밝힌 애초 시간표를 지킬 수 없게 되었다. 윤석열 정부에서 좀 더 차분하고 근거 있게 논의를 이끌어갔으면 좋겠다. 제기된 문제를 실행력 있게 풀어가며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방향에서. 그 과정이 곧 당선인이 말한 ‘소통하는 열린 대통령실을 구현’하는 지름길이 아닐까 한다.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공간의 상징성을 갖추는 문제도 지름길로 가는 방법의 하나이다. 사실 국방부 청사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매우 부족하다. 건물만 그런 것이 아니다. 그곳은 한국근현대사의 가장 부정적 유산인 식민과 분단을 압축해온 상징 공간이다. 그런데도 굳이 ‘용산시대’를 열려고 한다면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려 30년 넘게 진행 중인 ‘국가공원’으로서 용산공원의 기본계획을 변경하여 장소 특정성을 전면에 드러내는 방향에서 환골탈태하면 된다. 그리하려면 국방부를 계룡대로 옮기고, 한미연합사를 수도방위사령부로 옮기는 정도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말로만 역사를 말하며 녹지를 조성하는 데 그치는 생태공원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주한미군 방호부지와 캠프코이너에 들어설 주한미국대사관을 옮겨야 한다. 동시에 역사문화적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때 용산공원은 두 축, 곧 캠프코이너에서 국립중앙박물관 그리고 그 너머의 한강과 현충원까지를 연계하는 축, 다문화의 이태원부터 민족공원으로서 효창공원까지를 잇는 축을 중심으로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이리하면 대통령의 집무 공간은 두 축이 만나는 중심에 위치하게 된다. 용산공원은 확실한 공공자산이자 사회적 자본을 세계로 확장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의 기억과 한반도의 미래를 말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마치 미국의 역사와 가치를 마음껏 드러내고 있는 워싱턴의 내셔널 몰(National Mall)과 그 일대처럼.
여기까지 가기 위해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확립한 두 가지 원칙, 곧 생태공원이어야 하고 건물을 신축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곳에 관저나 국방부 청사를 짓겠다든지 아파트 10만호를 건설하겠다고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면 공원화는 물 건너갈 것이다. 또한 윤석열 정부가 5년 안에 해결하겠다며 서둘러서도 안 된다. 상대를 인정하고 경청하는 태도로 열린 통솔력을 발휘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