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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전 기재부 차관 "재정이 지금보다 더 많은 역할해야...그럴 여력있다"

입력 2022.03.27 16:39

수정 2022.03.2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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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전 기재부 차관. /김영민 기자

김용범 전 기재부 차관. /김영민 기자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차관은 적극재정을 주문해 온 경제 관료다. 34년 공직 생활동안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코로나19를 모두 겪은 그는 가장 지독한 위기로 이번 팬데믹을 꼽았다. 모두에게 ‘평등’한 바이러스와 달리 경제적 충격은 ‘불평등’했다. 한국 사회의 약한 고리부터 흔들었다. 양극화는 짙어졌고 저소득층에 치명적인 인플레이션마저 불러냈다. 그는 지금 재정이 더 많은 역할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국의 재정은 그만한 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차관은 최근 코로나19 초기 정책대응 경험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정책과제를 담은 <격변과 균형>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김 전 차관의 인터뷰는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이뤄졌다.

-코로나 충격의 불균형을 강조했다

“팬데믹 충격은 차별적이다. 어려운 사람은 더 어려워지고 여유 있는 사람은 형편이 나아졌다. 피해는 특정 업종과 계층에 집중됐다. 반면 비대면 업무가 가능한 상장회사, 금융회사는 이익이 늘었다. 팬데믹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늘렸더니 자산 가격이 뛰었다. 자산을 보유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간 자산 격차가 커졌다. 회복도 K자형으로 차별적이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이라는 복병까지 나타났다. 기름값, 식료품 가격이 오르면 일상에 타격을 받는 건 저소득층이다. 인플레이션 충격은 장기간 이어질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단계적이고 구조적인 대응을 해야한다. 예민한 정책 감수성이 필요한 시기다.

-결국 재정을 어떻게 쓸 것인가 문제 아닌가

“맞다.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재정은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미국은 더 그랬다. 재정이 과감한 역할을 해서 인플레이션이 생겼을 정도니까. 일종의 ‘금기’를 깨고 적극 재정을 폈다. 잘한 거다. 코로나로 재정정책의 운용 패러다임이 많이 바뀌었다. 코로나 이후에도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 양극화, 인플레이션 대응 모두 재정이 할 일이다. 양극화, 물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가계와 소비자에게 전가시킬 것이냐. 그럴수 없다. 인플레이션 충격은 재정이 완화시켜야 한다. 고령화로 인한 노동시장 변화도 재정이 나서서 해결해야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재정 역할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누군가 ‘팬데믹 대응으로 재정이 급팽창했다. 이제는 재정건전성을 위해 긴축해야한다’고 말한다. 타당한 주장이다. 반면에 ‘이번 위기가 경제 구조를 바꿨다. 그러니 재정의 넓어진 운용범위를 줄이지 말고 그대로 두자. 국가부채비율 경계 수준도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높여야 한다’ 이런 주장도 가능하다. 둘다 틀린 얘기가 아니다. 어떤 주장이 옳다고 단언할 수 없다. 이 주제로 끝장 토론해야한다.”

-끝장 토론 한다면 어느 쪽에 서겠나

“재정이 지금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해야한다고 본다. 그럴 여력이 있다. 지금 위기는 전 지구에서 전쟁이 일어난 것과 마찬가지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재정은 많은 역할을 했다. 그부분을 인정해야 한다. 모든 국가의 재정이 팬데믹 이전에 비해 손상됐다. 이 과정에서 용인할 수 있는 부채 수준이 조금 높아졌다. 재정이 감당할 여력이 생긴 것이다. 다만 아무 대책 없이 높은 궤적 그대로 가자는 건 아니다. 특히 고령화가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한국은 조심해야한다. 15년 뒤면 위험하다.

-고령화에 따른 재정건정성 악화는 연금문제를 말하는 건가

“그렇다. 연금개혁 문제를 공론장에 올려야 한다. 오랜 기간 단계적으로 조금씩 조정하더라도 개선해야 한다. 갑자기 특정 집단에게 희생을 강요하면 받아들여지겠나. 군인, 공무원, 국민, 모든 연금의 실부담과 혜택, 특성을 놓고 객관적으로 분석해야한다. 막연히 ‘당신네는 얼마 더 받으니까 줄여’ 이러면 안된다. 합의할 수 있는 객관적인 부분부터 합의해야 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다. 손놓고 있으면 ‘한국은 재정건정성에 대해 무책임한 국가’라는 말이 나온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한국에 대한 평가가 유독 까다롭다. 한국이 외환위기도 겪었고 분단국가니까. 야속하지만 엄하게 보는 건 사실이다.

-연금 전망도 제각각이다

“연금 전망에 대한 분석을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분석 모델이 나이브하다. 고령화는 이견이 없다. 인구 수리학 문제니까. 연금수지는 장기금리가 중요하다. 자산가치와 투자수익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장기금리가 제일 중요하다. 연금 전망을 하려면 장기금리부터 정교하게 분석해야하는데 지금은 그 부분이 헐겁다. 새 정부에서는 국민경제자문회의 같은 전문가들이 모여서 연금 전망에 필요한 주요 데이터를 분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증세도 필요한가

“재정 역할이 커지는데 그걸 국채로만 감당한다? 그건 말이 안된다. 필요하면 증세도 해야한다. 더 많은 복지를 기대한다면 세금을 더 내야한다.

-정부가 작년 공시가격 기준으로 올해 보유세를 과세한다고 한다.

“세금 징수는 조세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한다. 기준을 흔들면 안된다. 부동산 관련해 이번 정부는 뼈아픈 교훈을 새겨야 한다. 조세라는게 어느 정도 기간에 얼마가 늘어나는가. 이런 건 정해진 경험칙이 있는데 그걸 간과했다. 답답하더라도 천천히 올려가는 게 맞다.”

-주식양도세 폐지 공약은 어떻게 보나

“세금을 새로 신설하거나 세율 높이는 건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특히 새로운 세원은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미 오랜 기간 정착됐고 수용도가 있는 세금을 변경하려면 대체 세원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물론 세제 개편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개편해서 세수가 달아나면 어떻게 하나. 앞으로 재정의 역할은 더 커질텐데. 개편해도 세수의 순감소는 크지 않다는 원칙 같은 걸 정했으면 좋겠다. 세수는 정말 필요하다.”

-지출구조조정으로 추경 재원을 만든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얘기다. 국가 재정의 실상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뭐가 그렇게 많이 구조조정할 게 있겠나. 집행하는 기간 중 유보된 기간에 머무는 사업을 갖고 오해를 한 거다. 국가 재정의 실상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구조조정 1순위로 노인 일자리가 꼽힌다

“노인일자리를 없애려면 다른 노인복지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실질 은퇴 시기는 73세다. 사람들이 그때까지 일한다. 노인 고용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민간에 만든 일자리가 아니다. 상당 부분을 정부 노인 일자리가 채우고 있다. 노인 일자리는 효율성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보면 안된다. 노인일자리 사업이 왜 생겼나. 연금이 없어서 그렇다. 생활이 안되니까. 다른 나라는 연금이 잘 돼있으니 일 안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이 늦게 만들어졌다. 가입도 늦었고 기초연금도 부실하다. 그걸 대신하는게 노인 일자리다. 사실상 ‘노인 일자리형 연금’이다. 그런데 ‘비효율적이니 시장에서 알아서 해라’는 건 너무 비정한 얘기다. 그런 교수들, 이런 생활과 경험 못 해봤을 거다. 75세까지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75세 이상은 20만원씩 기초연금을 더 주자는 게 내 주장이다.”

-노인빈곤율이 40% 안팎이다

“한국과 어울리지 않는 숫자다. 정말 안 맞는다. 노인 빈곤으로 노인만 고통받는 게 아니다. 부양하는 자녀 세대까지 무너진다. 실존하는 상황인데 모두가 이 문제를 외면한한다. 가계금융복지조사보면서 ‘1·2분위 분들은 어떻게 살아가나. 이분들을 위해 재정이 어떤 역할을 해야하나’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

-고민과 달리 기재부가 재정에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코로나 국면에서 ‘기재부의 나라냐’라는 말도 나왔다

“그런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개인적으로 기재부 내부에서 적극 재정을 주장했다. 주변 사람들이 당신 얘기만 들으면 확장 재정 팍팍 나올 것 같은데 정책이 안나온다고 뭐라고 많이 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최종결정권자는 아니었으니까. 전략회의 같은 자리에서 재정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지금은 전시재정, 아니 전쟁보다 더한 상황이 재정을 풀어야 한다고 했다. 그나마 이 정도 확장재정이 이뤄진 데에는 내 공이 1% 정도는 있다고 봐달라(웃음)”

-기재부 관료를 묶어서 비판하는 목소리도 컸다

“2차관 라인을 보면서 답답했다. 그런데 그 인식 구조를 너무도 잘 안다. 그들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경제학은 깊은 자기 성찰을 한다. 그 과정에서 재정정책의 패러다임이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그런 변화에 기재부가 너무 무심했다. 재정정책을 바라보는 시각들이 넓어지고 있다는 걸 알아야하는데, 여전히 예전 방식을 신봉한다. 그걸로 논쟁도 많이 했다. 그나마 나는 기수도 빠르고 나이도 많은 선임 위치여서 후배들이 많이 받아줬다. 실제로 정부의 코로나 대응이 과감하게 하지 않았나.”

김용범 전 기재부 차관. /김영민 기자

김용범 전 기재부 차관. /김영민 기자

-저서에서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고 했다

“청와대가 원전 활용으로 방향을 선회가기 전에 쓴 원고다. 당시에는 정부가 상당히 불편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썼다. 저는 현직에 있을때도 원자력 발전을 재고하자고 했다. 2017년에는 2050 탄소중립 없었지 않았나. 그때는 그 정책이 맞았다. 그런데 2050 탄소중립은 어마어마한 변화다. 차제에 원자력을 재활용 하자고 하자 했는데, 안 통하더라. 차관을 그만둔 뒤에 온실가스 배출을 40% 줄이는 플랜이 나왔는데. 제가 있었다면 그거 못 한다고 했을 거다. 도대체 이 40%가 어떻게 산출됐나. 기술적으로 다 된다는 데 나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40% 감축 액션플랜 보니까 굉장히 허술했다. 그래서 마음이 불편해도 원전이 필요하다고 쓴 거다. 단기적으로 원자력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2050 탄소중립하고, 2030년에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40% 감축인데 그 에너지 믹스를 보면 어떻게 신재생 에너지 비율이 7-8년 사이에 33%가 되나. 그냥 계획을 내놓은 거다. 2050 탄소중립은 선언이지만 NDC는 더 구속력이 있다. 그냥 던지면 안된다. 탄소중립은 긴박한 과제다. 거기에 우리 일자리가 다 모여있다. 오죽하면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하겠나.

-기름값이 오르고 물가가 급등한다. 대응책이 있나

“예전에는 에너지 전환이라고 했는데. 이제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 에너지 확보가 먼저다. 그 다음에 액션플랜에 대해 고민해야한다. 1970년대에는 어떻게 했냐면 각 나라마다 금리도 올리고 물가통제도 했다. 품목별로. 웃을 일이 아니고, 미국에서 그렇게 했다. 기업들 불러서 얼마 이상 못 올리게 하고. 이번에 미국도 연준이 금리 인상해서 몇개월 내 효과 못 보면, 70년대식 물가 통제를 할 거란 얘기가 나온다. 지금 미국 정부도 대기업 하나 하나 부르고 있다. 우리도 정부가 물가를 항목별로 직접 통제했었다. 교과서에 나온 얘긴데. 지금 상황이 옛 상황을 다시 꺼내서 보게 만든다. 그만큼 인플레이션이 심상치 않다. 양극화 상황에서 인플레니까. 시나리오별로 최악을 대비 해야한다.”

-그런데 대책이 안나온다

“정권 교체기라 그렇다. 새 정부가 물가는 챙길 거다. 지금 정부가 물가회의 하면 누가 오겠나. 다 인수위로 가있는데. 지금 인수위가 TF꾸려서 물가 관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무게 중심이 옮겨갔으니 변화도 필요하다.”

-위기는 얼마나 계속되나

“작년 여름부터 복합 위기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했는데 예상보다 빠르다. 지금 눈 앞에 펼쳐졌다. 당분간 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얼마 전 경제 전망하면서 경제 성장 수치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다는 얘기다. 다만 우리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위기 앞에서 새 정부가 출범했다. 차라리 잘됐다.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다루기에 좋은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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