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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술 궤적 그리는 2차전지와 자동차…이들의 동행에 거는 기대

입력 2022.03.27 22:08

수정 2022.03.27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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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기술의 진화 과정과 발전 방향은 ‘기술 궤적’이라는 개념을 통해 표현 또는 분석할 수 있다. 가장 잘 알려진 기술 궤적의 모양은 가로축에 시간을 놓고, 세로축에 주요 성능 같은 기술 사양을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그린 기술 궤적은 대부분 ‘S’자 형태로 나오기 때문에 기술 진화를 보여주는 ‘S-커브(S-curve)’라고도 알려져 있다. 초기에는 조금씩,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급격하게 발전한 뒤 다시 속도가 떨어져 특정 수준에 수렴하게 되는 기술이나 제품의 생애를 의미한다.

다양한 기술적인 요소가 공존하는 산업 전체적으로 보면 하나의 S자형 곡선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대체 또는 보완 기술이 나타나면서 다수의 곡선이 일부 겹치다가 사라지기도 하며, 기존 곡선을 이어 새로운 곡선이 시작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산업적인 특성에 따라 꽤 오랜 시간 동안 하나의 곡선이 늘어지는 경우가 있고,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많은 곡선들이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전체적인 기술 궤적의 모양은 단일 기업 또는 특정 국가보다는 다양한 혁신 주체들의 주도권 경쟁에 의해 형성된다.

지난해 기술혁신 연구 차원에서 2차전지 산업의 기술 궤적을 특허를 기준으로 살펴봤다. 2차전지 기술 개발의 핵심은 에너지 밀도 향상, 고수명·고효율 구현, 가격 절감 및 안정성 제고 등에 있다.

이를 위해 전극 재료의 특성 향상, 새로운 전지 구조 개발, 극판 제조 기술의 향상, 전해액 특성 개선 등이 주된 기술혁신 방향이 됐다.

2차전지의 패러다임을 주도한다고 할 수 있는 소재 측면에서 보면 기존에는 납축전지와 니켈 계열의 전지가 주로 사용되다가 20세기 후반부터는 리튬이온을 중심으로 하는 패러다임이 들어섰다. 특히 2000년 전후에 휴대용 단말기의 수요 증가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리튬이온 전지의 사용처는 급격히 늘었다.

재미있는 것은 2010년 즈음부터 2차전지 기술 궤적을 그리는 주체로 자동차 회사들이 등장한 점이다. 데이터를 보면 이전까지 전자회사와 화학회사들이 주로 보유하던 2차전지 특허를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 닛산, GM 등이 상당수 보유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특허에 관련된 세부 기술 분야를 나타내는 특허 분류 코드의 조합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는 기술 개발의 융합 정도 또는 복잡성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명확한 인과관계는 더 연구해 봐야 알 수 있겠지만, 2차전지의 사용처가 자동차 분야로 확대되면서 관련된 기술 개발 범위도 더 확장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지난해 말 국내 최대 자동차 회사에서 엔진 개발센터가 폐지되고 배터리 개발센터가 신설됐다는 소식을 기사로 접했다. 100년 가까이 자동차 회사들은 엔진 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를 지속했다.

경유나 휘발유 등의 연료를 연소시켜 발생한 열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꾸어 자동차를 움직이는 엔진은 자동차의 심장과 다름없다. 하지만 이제 그 심장이 2차전지로 대체되는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이런 흐름을 타고 2차전지 산업의 기술 궤적과 자동차 산업의 기술 궤적이 만나게 됐다. 일시적인 만남보다는 지속적인 동행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행인 것은 2차전지 산업의 기술 주도권을 한국 기업들이 꽤 오랫동안 쥐고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앞으로 새로운 혁신 주체들이 등장하고 경쟁도 가속화할 것이다. 뜨거워질 기술 추격전에 대비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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