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7월 현대자동차 포니 5대가 에콰도르 수출길에 올랐다. 국산 자동차가 처음으로 해외에 수출된 기록이다. 하지만 이보다 10년 일찍 국내 자동차가 해외로 수출된 기록이 있다. 1966년 6월 ‘하동환자동차공업’에서 제작한 버스 한 대가 브루나이에 수출된 것이다. 엔진과 구동장치가 장착된 차대를 일본에서 수입한 뒤 국내에서 차체와 내장부품 등을 만들어 조립했다. 주요 부품이 외제였으니 엄밀한 의미에서 국산차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하동환자동차공업이 한국의 첫 자동차 수출 회사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이후 수차례 이름과 주인이 바뀐 이 회사가 지금의 쌍용자동차이다.
하동환자동차가 설립된 게 1954년 1월이니 쌍용차의 역사는 70년 가까이 되는 셈이다. 1960년대에는 서울 시내버스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코란도, 무쏘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명가로 군림했다. 코란도(KORANDO)는 ‘한국인은 할 수 있다(Korean can do)’의 영문 앞글자를 따서 제품명을 만들었다. 하동환자동차에 이어 신진자동차, 동아자동차 등으로 이름을 바꾸다가 1988년부터 쌍용을 쓰고 있다. 쌍용그룹이 운영했던 기간은 10년 남짓이고, 이후 쌍용차 대주주는 대우그룹과 중국 상하이자동차, 인도 마힌드라 등으로 계속 바뀌었다.
대주주가 자주 바뀌면 노동자들이 힘들어진다. 실적이 저조해 경영권을 넘기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쌍용차가 그 대표적인 기업이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주인공 성기훈은 ‘드래곤모터스’에 다니다 해고된 인물이다. 회사 이름이 쌍용차를 연상시킨다. 평범한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가정이 해체되는 아픔까지 겪으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그렸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쌍용차 인수가 끝내 무산됐다. 새 인수자를 찾는 것과 함께 청산도 거론된다. 쌍용차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4500여명이다. 협력업체는 400개를 웃돈다. 청산은 이들의 직장을 하루아침에 없애는 일이다. 쌍용차 가치를 올리고, 인수 금액이나 시기를 조정해서라도 청산은 막아야 한다. 현실 속에서 성기훈들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