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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대안이 없다는 그 말

입력 2022.03.29 03:00

수정 2022.03.2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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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부터 동네의 공동체라디오방송국에서 매주 한 시간 분량의 방송을 녹음하고 있다. 지난번엔 세 번으로 나눠 ‘충청권 광역생활경제권 전략수립 연구용역’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방송에서 읽었다. 송신소 반경 10㎞의 소출력 방송이라 몇 명이 들을진 알 수 없지만 작년 연말에 나온 이 보고서의 내용을 주민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안 되면 그만, 돼도 문제인 메가시티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300쪽이 넘는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하나씩 읽으며 그 타당성을 짚어봤다. ‘초광역 경제권’ ‘광역 생활권’ ‘지역 문화권’을 구축하겠다며 현란한 수식어와 화려한 도표, 그림을 활용한 보고서는 읽을수록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었다.

지방소멸과 균형발전의 대안이라는 사업들이 초광역 혁신클러스터(바이오, 모빌리티, 인공지능 메타버스) 조성, 4차 산업혁명 소재부품산업과 R&D 플랫폼 구축, 지방투자금융체계 강화, 글로벌 인적자원의 역량 강화 등이었기 때문이다.

좋은 얘기들이긴 한데,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다른 광역지자체들의 기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글로벌 백신 허브는 이미 인천 송도에서 추진 중이고, 미래 모빌리티나 4차산업과 관련된 구상은 거의 모든 광역지자체가 세우고 있다. 전략산업이 필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더구나 규제자유특구, 규제프리존, 규제혁신 선도도시 같은 개념들이 곳곳에 보인다. 마치 그동안 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많아서 지역이 위기에 빠진 듯하다. 그리고 유치와 준비, 진행, 이후 관리비용까지 따지면 예산 먹는 하마라 불리는 메가스포츠대회(2027년 하계유니버시아드) 유치까지 잡혀있으니 계획대로 되어도 문제이다.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격차 해소를 위해 충청권의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다는데 시민들은 뭘 연대하고 협력해야 할지 알 수 없고 걱정만 쌓인다.

같이 방송을 진행하는 PD가 지역을 찾아온 국회의원에게 이게 정말 대안이냐고 물었더니 다른 대안이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설령 그렇게 중요한 계획이라면 왜 주민들과 같이 세우지 않을까. 이 질문을 행정에 던지면 이것은 계획일 뿐 아직 구체적인 게 없고 차차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 대답은 민중은 개돼지, 먹고살게 해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한 공무원의 시각과 얼마나 다를까.

일자리와 인구가 핵심일까?

메가시티를 반대하면 마치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처럼 무시당하거나 그럼 당신의 대안은 뭐냐는 비아냥을 듣기 십상이다. 메가시티 구상에는 농촌의 자리가 없다고 얘기하면 농촌 근본주의자 취급을 받는다. 진보, 보수 막론하고 비슷한 태도라 마치 농촌 탈레반이라도 된 느낌이다. 행정과 전문가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 만들었을 거라는 신뢰일까. 그러나 내가 농촌에 살고 있으니 왜 우리에 관한 구상은 없냐고 물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말 일자리만 생기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메가시티가 만들어지면 사라진 꿀벌도 돌아오고 생물 다양성도 회복되고 기후위기에도 대응할 수 있을까? 복잡한 건 싫고 그냥 간단한 해결책에 기대고 싶은 마음,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이미 세상은 매우 복잡하고 어떤 선택이 가져올 결과를 예측하긴 더더욱 어렵다.

그리고 일자리가 없다고 얘기하지만 지역사회에 필요한 일은 이미 많다. 먹거리를 챙기고 돌봐야 할 사람들을 돌보고 물건을 고쳐 쓰고 생태계를 보존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 누구나 원하는 좋은 일자리로 만들지 못했을 뿐 필요한 일자리는 늘어나고 있다. 이미 존재하고 필요한 일을 더욱 더 좋은 일자리로 만들지 않은 채 손에 잡히지 않는 새로운 일자리만 기다려야 할까?

왜 다른 가능성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다른 대안에 대한 얘기도 못 꺼낸 채 대안이 없다는 이야기만 들어야 하나. 설명하지 않는 행정과 듣지 않는 전문가, 이윤만 좇는 기업, 그들이 만든 세계를 정당화하는 효율성이라는 기준은 언제나 일방적이다.

지난번에 무궁화 대학살이라는 칼럼을 썼지만 4월부터는 무궁화 편수가 더욱더 줄어들었다. 공기업이지만 사기업과 다르지 않은 코레일에 물으면 아마 다른 대안이 없다고 답할 것 같다. 하지만 무궁화의 축소와 지방소멸은 연관이 없을까, 피가 돌지 않는 몸이 건강할 수 있을까. 대안에 대한 고민은 상식적인 질문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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