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기후 활동가들이 두산중공업 주주총회장을 찾아 두산중공업의 새로운 사명인 ‘두산에너빌리티(enerbility)’를 비꼬아 ‘두산에너빌런티(enervillainty)’라고 쓰여진 티셔츠를 입고 “고작 회사명 바꾸는게 대기업의 친환경 행보인가”라고 비판했다. 친환경 이미지를 입히면서도 여전히 국내외 곳곳에 석탄 발전소를 짓고 있는 두산중공업을 ‘빌런(Villian·악당)’에 비유한 것이다.
청년기후긴급행동(긴급행동) 활동가 3명은 29일 주주 대리인 자격으로 경기도 성남시 분당두산타워에서 열린 두산중공업의 제59회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했다. 두산중공업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21년 만에 ‘두산에너빌리티’라는 새 사명 변경을 확정했다. ‘에너빌리티’는 에너지(energy)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를 합친 단어로, 그 결합을 ‘가능하게 한다’는 의미의 ‘enable(인에이블)’의 뜻도 포함돼 있다.
긴급행동은 국내외에 여전히 석탄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회사명만 친환경적인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변경하는 것은 ‘겉치레’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은호 긴급행동 활동가는 이날 주주총회장에서 박상현 두산중공업 대표이사에게 “두산중공업은 한국 삼척,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지에 지금도 석탄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로 회사명을 바꾸면서까지 친환경 기업으로의 쇄신을 외치는데, 석탄발전소 건설 철회 계획이나 탈석탄 로드맵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 대표는 “기존 사업은 계속하겠다”고 답했다고 긴급행동은 전했다.
긴급행동은 주총장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 자리에 계시는 투자자, 주주들께서 현재 두산중공업이 기후위기와 석탄발전소 수출의 문제점을 알린 기후운동가들에게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었다며 1840만원의 손해배상을 제기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다”며 “고작 회사명을 바꾸는 것으로 시대 변화를 따르려고 하는 게으른 행보를 똑똑히 기억하겠다”고 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2월 긴급행동 활동가들이 두산중공업 앞 ‘DOOSAN’ 조형물에 녹색 페인트를 뿌리는 석탄 발전소 건설 반대 시위를 한 것에 대해 184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