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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수가 같아야 공명도 크다

입력 2022.03.31 03:00

수정 2022.03.3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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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의 옆집물리학] 진동수가 같아야 공명도 크다

아이 그네를 밀어주던 때가 생각난다. 그네는 앞으로 갔다가 내가 있는 뒤쪽으로 다시 돌아온다. 다시 앞으로 막 움직일 때 그네를 미는 것이 좋다. 이렇게 반복하면 그네는 점점 더 높이 오르고 아이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맑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아이보다 내가 더 즐거웠던 시간이다. 이렇게 그네를 밀어주는 것은 물리학의 ‘공명’과 관계가 있다. 함께 울린다는 뜻이어서 우리말로 ‘껴울림’이라 한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그네 밀기의 원리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3초에 한 번 그네가 다시 다가오면 3초에 한 번 밀면 된다. 3초보다 짧은 간격이면 그네가 다가올 때 밀게 되어 팔이 아프고 그네의 속도는 오히려 줄어든다. 3초보다 긴 간격으로 밀면 그네가 이미 저 앞에 있어 허공에 대고 헛수고를 하게 된다. 그네가 한 번 왕복하는 시간을 ‘주기’라고 한다. 그네의 주기는 내가 밀든 말든 여전히 3초다. 내가 미는 동작의 주기(3초)를 그네의 주기(3초)와 같게 하면 진폭이 점점 커진다. 껴울림에는 이처럼 두 시간 주기가 있다. 외부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주기 3초, 그리고 외부에서 반복적으로 어떤 일을 해주는 주기 3초다. 두 주기가 맞아 진폭이 점점 커지는 것이 껴울림이다.

하루 3번 일정한 간격으로 밥을 먹으면, 밥 먹는 주기는 하루의 3분의 1이다. 이처럼 진동수(빈도, frequency)와 주기는 서로 역수의 관계가 있다. 두 주기가 일치해 발생하는 껴울림에서는 진동수도 마찬가지로 서로 같아야 한다. 시스템의 내재적인 진동수와 외부 활동과 관련된 진동수, 이렇게 안과 밖, 나와 너의 진동수가 같아질 때 껴울림이 일어난다. 그네 미는 나의 진동수를 아이가 탄 그네의 진동수와 다르게 하면 아이의 해맑은 웃음을 들을 수 없다. 그네는 껴울림으로 더 높이 오르고, 내 입가 미소는 아이 웃음에 공명해 함께 커진다.

껴울림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많다. 바닷가에서 주워온 소라껍데기를 귀에 가만히 대면 해변에서 들었던 바닷소리가 들린다. 그네의 껴울림처럼, 바닷소리 녹음된 소라껍데기의 껴울림을 이해하려면 안과 밖의 진동수가 각각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소라껍데기 바깥에는 일상의 온갖 소음이 섞여 있다. 낙엽 떨어지는 소리, 저 먼 골짜기 바람 소리, 곤충 날개 소리, 방 유리창이 작게 떨리는 소리, 윗집 아이가 살금살금 걸어가는 소리. 일일이 구별하지 못해도 주변 모든 것은 각기 다른 진동수로 항상 떨리고 있고, 그 떨림이 만들어낸 온갖 소리들이 공간을 늘 가득 채우고 있다. 빨주노초파남보 온갖 색깔의 빛이 함께 있으면 백색이 되는 것처럼, 온갖 진동수의 소리들이 섞여 함께 만들어내는 소음을 백색소음이라고 부른다. 소라껍데기 밖 온갖 진동수가 뒤섞인 백색소음이 소라껍데기 안에 들어오면 무슨 일이 생길까?

소라껍데기 안쪽에는 공기가 들어 있다. 빈 병에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으면 ‘웅’하고 울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크고 깊은 병에서 더 낮은 소리가 난다. 소라껍데기도 크기와 모양에 따라 만들어지는 소리의 높이가 다르다. 이 진동수가 껴울림의 내부 진동수다. 주변의 백색소음에도 소라껍데기의 내부 진동수와 같은 진동수의 소리가 당연히 들어 있다. 여러 진동수의 소리가 소라껍데기 안에 들어오면 내부 진동수와 같은 진동수의 소리가 껴울림으로 커진다. 동심 파괴라 미안하지만, 소라껍데기로 들은 소리는 녹음된 바닷소리가 아니었다. 믿기지 않으면, 크고 작은 두 개의 빈 컵을 준비해 귀에 대보면 알 수 있다. 큰 컵에서 더 낮은 바닷소리를 들을 수 있다. 눈 감고 컵에 물을 넘치지 않고 가득 따를 수 있는 것도 껴울림 덕분이다. 수면이 올라갈수록 수면 위 높이가 줄고, 물 따르는 또르륵 소리의 진동수가 높아진다. 가만히 귀 기울여 듣다가 음의 높이가 갑자기 높아질 때 따르는 것을 멈추면 된다. 물이 수면에 닿아 만들어지는 소리에도 여러 진동수가 함께 섞여 있고, 그중 수면 위 공기 기둥의 높이가 결정하는 진동수의 소리가 택해져 껴울림으로 크게 들린다.

그네 미는 나와 그네 탄 너의 진동수가 같아야 함께 껴울려 큰 움직임이 생긴다. 목 놓아 불러도 당신이 돌아보지 않는 이유는 내가 당신의 진동수를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함께 힘 모아 애썼는데 세상이 꿈쩍없다면 다르게 노력할 일이다. 세상 탓보다 먼저, 세상 속 작은 떨림을 눈여겨 살필 일이다. 가만히 살펴 나를 먼저 바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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