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혼인게 굳세게 나가세. 1962년. 이인순 소장.
“어떤 초상사진들의 기교보다 나는 여권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관 전시대에 붙어 있는 증명사진이 훨씬 좋다. … 시적인 내용이 걸러진 다큐멘터리의 정체성을 발견하게 된다.”(카르티에 브레송)
1962년은 한국전쟁이 끝나고 전 국민이 재기에 안간힘을 쏟던 힘든 시기였다. 이 시대의 여성이나 어린아이들의 인권은 바닥이나 마찬가지였다. 여성들은 들에서 농사를 지어야 했고 대가족의 밥을 지어야 했고 출산과 육아는 덤으로 해야 했으며 시댁에서는 절대적 상하 관계를 유지해야 했다.
그런데 이 사진을 보라. 애조를 띤 채, 점잖고, 당당하고, 초연하고, 두렵고, 어린 표정의 여성 열 명은 혼인계의 회원들이고, 얼떨결에 따라온 소녀와 아직 엄마 곁을 떠나지 못하는 어린 아들 하나가 함께한 모습이다. 단장을 하느라 양단저고리를 입고 있는데 간혹 무명저고리도 보인다.
당시에는 가지가지의 친목계가 많았다. 처음에는 흥미 위주였다가 경제적인 이익 도모로 이어지기도 했다. 부인네들이 금반지 하나를 갖기 위해서 회원을 모으고 푼돈을 모아서 돌아가면서 금반지를 타는 ‘반지계’도 있었다. 그런데 ‘혼인계’라는 것이 있었다는 것을 이 사진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사진을 수집하다가 이렇듯 문구가 들어간 것들이 눈에 띌 때마다 흥미롭게 생각되어 따로 모아서 기획전을 열기도 했다.
당시의 여성들은 대가족인 시댁에 에워싸여서 외톨이 신세였다. 자식조차 어른 앞에서 마음대로 예뻐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사진의 글씨는 사진사가 마음대로 휘갈겨 쓴 활달한 문체로 이들의 마음을 대변해 준다. ‘빛나는 혼인게(계) 굳세게 나가세.’ 오늘로 이어지는 여성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