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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공급 예고된 부동산 시장…이젠, 폭등 시대에 작별 고할 수 있을까

입력 2022.04.04 20:34

수정 2022.04.04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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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좋은 투자란 무엇인가? 대다수 투자자는 이 단순한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한다. 같은 투자자도 처한 시점과 그 당시의 자산 정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를 이루기 전과 어느 정도 자산을 축적한 후의 투자방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흔히들 하는 ‘주식으로 일단 돈을 벌고 난 뒤, 부동산에 투자하겠다’ 말은 오해다.

굳이 주식 투자에 뛰어들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은 의식주와 깊게 연결된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사람들은 평생을 걸려서라도 집을 갖고자 한다. 영혼까지 끌어 대출을 받아 집을 매수한다. 투자의 개념보다는 기본 욕구인 의식주를 해결하고 싶은 근원적 욕망이다. 주식과 부동산의 본질적 차이는 여기에 있다. 여유자금으로 하는 주식 투자와 부동산 투자는 접근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주식 투자란 어떤 기업에 자기자본의 형태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당연히 분석은 숫자에 기반한다. 좋은 기업(good company)의 저평가된 좋은 주식(good stock)이 시야에 들어올 때 투자하면 된다. 부동산 투자는 이와는 거리가 있다. 물론 교통이 편리하고, 일자리가 많고, 교육 환경이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장의 미묘한 심리변화다. 대개 정책 변화 자체도 중요하지만 정책에 대한 부동산 투자자들의 대응이 더 중요하다.

부동산의 가장 중요한 매크로 변수를 꼽자면 단연 금리이다. 저금리 기조에서 레버리지가 쉽게 일어나고, 이에 따라 부동산 투자가 활발해지는 것은 공식과도 같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은 규제 때문에 금리가 시장을 완벽하게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다. 금리가 작용해야 하는 메커니즘이 규제로 인해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대부분의 나라들이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를 할 때, 우리나라는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같은 대출 규제로 인해 레버리지가 제한됐다.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안전진단 등급 기준 강화 등 공급 규제로 신규 주택 유입이 제한되고, 임대차 3법 이후 매수 심리가 자극되면서 부동산 가격은 우상향을 보였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가 인상 기조로 접어들었음에도 부동산 가격 상승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가격 상승이 둔화되기 시작한 시점은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관망세가 확대된 최근 몇 달 사이다.

그렇다면 규제를 풀면 부동산은 어떻게 될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은 명확하다. 사실상 기존 규제를 없었던 것처럼 복원하는 수준으로 보인다. 주요 규제 완화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종부세 보유세 무주택자 취득세 감면 또는 구간 일원화, LTV 확대와 DSR 개편 등이 있다. 수요도 공급도 숨통이 트인다.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내려가는 것이 기본적인 경제 논리이나, 어쩌면 부동산 가격 지표 자체는 감소할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부동산 시가총액 비중을 크게 차지할 강남 3구 및 서울 주요 지역의 신축 아파트 가격이 감소할 가능성이 현시점에서는 제한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분양가 상한제로 공급이 더뎌진 많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이제 시세에 맞게 분양가가 책정될 것이다. 최근 원자재 랠리로 각종 건자재의 판매가가 인상되면서 건설사들 역시 마진 압박을 분양가에 전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비싼 분양가는 수요단에서 받아들여야 가능한데, 우리나라 주택 노후도를 고려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2015년에서 2020년이 되면서 준공된 지 20년이 넘어가는 아파트가 50%가량 증가하는 동안, 준공 20년 미만의 비교적 신축 아파트는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다. 낡은 주거 환경과 높아진 국민 소득, 그리고 정부 규제로 인한 신축 공급의 부재는 인테리어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좋은 입지의 신축 아파트 가격 하락 가능성이 제한적인 이유이다.

문제는 최근 키맞추기로 가격이 올라간 구축 아파트이다. 구축 아파트 가격이 상승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인데, 신축 공급이 확대되면 굳이 구축을 비싸게 살 이유가 없어진다. 신축과 구축의 가격 갭이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3년간 공급이 풍족했던 대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신축 공급이 풍족하니 기존 구축의 가격 하락 또는 좋지 않은 입지의 아파트는 미분양까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장기 평균 약 30만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됐다. 2018년을 저점으로 3개년 연속 분양이 상승했고, 지난해 39만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됐다. 대부분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지방과 5대 광역시를 필두로 공급이 이루어졌다. 2022년 예정 분양물량은 현재 46만가구로 집계되는데, 대선 이후의 정책 변화가 반영된 예정치는 아니다. 46만가구 분양은 역사적으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52만가구 분양이 고점이니, 현 분양 수준도 고점에 임박했다. 규제 완화를 위해서는 일부 법률 개정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속도는 지켜봐야겠으나 그저 가격이 무차별적으로 오르기만 하는 시대와는 이제 작별을 고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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