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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전 속에 공연을 한다고? ‘보는 것’ 넘어 함께 ‘만드는’ 공연, ‘커뮤니티 대소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 중인 <커뮤니티 대소동>은 100분의 러닝타임이 모두 완전한 암전 속에 진행된다. 관객은 공연장 밖에서 안대를 착용한 채 입장하고, ‘보는 것’을 넘어 ‘참여하는 것’으로 공연을 함께 만들게 된다. 국립극단 제공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 중인 <커뮤니티 대소동>은 100분의 러닝타임이 모두 완전한 암전 속에 진행된다. 관객은 공연장 밖에서 안대를 착용한 채 입장하고, ‘보는 것’을 넘어 ‘참여하는 것’으로 공연을 함께 만들게 된다. 국립극단 제공

이 공연은 극장 밖에서부터 시작된다. 공연장 입장 전, 먼저 관객은 ‘소리 상자’에 간단한 자기소개 말을 녹음한다. 이어 안대를 착용해야 한다. 공연장 안에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 소지품은 이 안대 밖에 없다.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공연장 안에 도착해 안대를 풀면, 관객이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깜깜한 어둠뿐이다.

국립극단이 지난달 30일 첫 선을 보인 <커뮤니티 대소동>은 관객을 ‘빛이 없는 세계’에 초대하는 공연이다. 준비 시간까지 두 시간 남짓의 공연 시간(본 공연 러닝타임 100분) 내내 극장 안에서는 불이 켜지지 않는다. 커튼까지 내려져 완전한 암전 속에 공연이 진행된다. 아무것도 볼 수 없는데, 공연이 가능할까. 가능하다. 관객은 ‘보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것’으로 공연을 함께 만들어가게 된다. 관객이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은 없다. 그저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열어놓는 것으로 충분하다.

어둠 속에서 안대를 벗으면, 관객을 맞이하는 것은 배우들의 목소리다. “당신이 도착한 이곳은 빛이 없는 세계입니다. 빛을 인지하는 누군가는 이것을 어둠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또 누군가에겐 이미 어둠이 아닐 수도 있겠죠. 이곳은 당신이 잘 모르는 곳, 두렵지만 모름을 마주할 수 있는 곳. 저희의 안내를 따라 우리가 만나는 순간의 경이로움을 잠시 믿어볼 수 있을까요?”

공연은 ‘보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깨고 시각 외에 모든 감각을 체험하게 하는 작품이다. 공연엔 독특한 닉네임으로 불리는 시각장애인 배우 6명, 비장애인 배우 3명 모두 9명이 출연한다. 암전 속에 공연이 진행되는 만큼 배우는 물론 관객도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동일한 환경에서 공연에 참여하게 된다. 배우들이 공연의 흐름을 안내하지만, 사실 이 공연에서 관객과 배우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 객석과 무대도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배우들의 목소리에 따라 관객은 발바닥의 촉감을 느끼며 공연장이라는 ‘우주’ 곳곳을 탐험하고, 때로 길을 잃어 ‘우주 미아’가 되면 배우들의 구조를 받기도 한다. 어둠 속에 손을 내밀어 다른 관객과 손을 마주잡고, 함께 춤을 추거나 소리를 내며 공연을 함께 만들어간다.

극장에 모인 관객 모두가 자기만의 ‘몸의 언어’로 무대의 주인공이 된다. 배우들은 관객을 단 한 순간도 가만히 쉬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타인의 손을 더듬어 찾고, 몸이 부딪혀 사과를 연발하고, 결국엔 낯선 이들과 함께 웃어버리게 되는 우왕좌왕 한바탕 ‘대소동’이 발생하는 것이 이 공연의 묘미다.

<커뮤니티 대소동>은 1년의 개발 과정을 거친 국립극단의 작품개발사업 ‘창작 공감’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이진엽 연출은 ‘장애와 예술’을 주제로 한 작품개발 과정에서 시각장애인 커뮤니티와의 작업을 통해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얼마나 시각 중심의 언어인지 알게 됐다고 한다. 이 연출은 “이 언어를 시각장애인 중심의 방식으로 전환해보는 것, 배제 없는 소통의 언어를 찾는 것이 이 작업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공존’을 공연의 키워드로 잡게 됐다는 그는 시각 장애·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소통할 수 있는 언어로 ‘몸의 언어’를 채택했다.

공연은 빛이 없는 극장을 하나의 ‘우주적 공간’으로 설정해 판타지적 상상력을 불어넣었다. 이곳에서 함께하는 관객들은 ‘탐험가’가 되어 어둠 속 타인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저마다의 ‘우주’를 촉각과 소리로 감각하게 된다. 공연 전 소리 상자에 녹음했던 관객들의 자기소개와 공연 중간중간 녹음한 질문의 답들이 공연 중 흘러나오는 것도 흥미롭다. 나의 목소리도 어느 순간 흘러나오지만,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관객들이 서로 알 수 없으니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몸의 감각뿐 아니라 마음도 함께 열었을 때 더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몸을 사용해 진행되는 공연인 만큼, 손을 잡고 팔짱을 끼는 등 타인과의 신체 접촉이 불편한 사람이라면 공연을 온전히 즐기기 힘들 수 있다. 접촉이 잦은 만큼 공연 중 손 소독도 여러 차례 진행되는데, 이 역시 재치 있게 공연의 일부로 만들었다.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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