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 로비.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은 변호사뿐 아니라 전직 고위관료들을 영입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 힘 있는 경제 부처에서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전문 영역을 다루는 부처까지 영향력 있는 퇴직자들이 나오면 고문이나 자문·전문위원 등으로 불러들인다. ‘김앤장 관료’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김앤장에 들어간 전직 관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는 상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이들이 로비스트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추정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자신이 근무했던 부처의 인맥 등을 활용해 김앤장 의뢰인을 돕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의뢰인을 위해 입법 로비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김앤장의 대정부 관계는 따라올 경쟁자가 없다. 그 힘은 변호사가 아닌 행정부·국회·청와대 출신들에게서 나온다”고 밝힌 바 있다. 김앤장 측은 이에 대해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종합적 법률 서비스를 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그런 나라에서는 로비가 합법화돼 있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김앤장 관료들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시 행정부로 돌아가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최경원 전 법무부 장관(김대중 정부), 이헌재 전 부총리,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노무현 정부), 한승수 전 총리,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이명박 정부),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박근혜 정부),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신현수 전 민정수석(문재인 정부) 등 사례를 일일이 나열하기도 숨이 찬다. “○○부처는 김앤장 출장소”라는 말이 허언만은 아니다.
한덕수 총리 지명자가 지난 4년여 동안 김앤장 고문으로 일하며 18억여원을 받아 입길에 오르고 있다. 한 지명자는 5일 출근길에 고액연봉 논란이 있다는 질문에 “그건 기자님 생각”이라고 답했다. 많은 액수도 아닐뿐더러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김앤장에서 그가 공익을 위해 일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전날 “공직자는 국민의 머슴”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한 지명자는 서민은 생각하지도 못할 거액의 연봉을 받고 무엇을 했는지 진솔하게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