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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그룹의 용퇴

입력 2022.04.06 20:35

수정 2022.04.06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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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020년 9월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김종호 당시 민정수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020년 9월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김종호 당시 민정수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86그룹은 1960년대생으로 1980년대 대학을 다니며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정치인을 통칭한다. 1990년대 후반 30대의 청년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으며 386으로 통했던 이들은 ‘486’을 지나 이제 ‘586’이 됐다. 이들이 등장할 때 386이란 호칭은 훈장(勳章)과도 같았다. 수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끝내 1987년 민주화의 동력을 만들어낸 그들에 대한 시민의 신뢰는 두터웠다. 기득권에 찌든 정치를 일소하리라는 기대를 품게 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들은 각 당의 미래를 짊어질 ‘새 피’로 불렸다. 실제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새천년민주당에선 정풍운동을 뒷받침했고,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에선 보수개혁을 외쳤다. 민주당에는 맏형 격인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우상호·김민석·이인영·임종석·송영길 등이 포진했고, 보수당에는 원희룡 등이 도드라졌다. 이들 외에도 전국 각 대학의 총학을 이끈 인물들이 뒤이어 정계에 진출해 대세를 형성했다.

하지만 86그룹이 정치적 무게를 키워갈수록 그늘도 짙어졌다. 공개적인 모습과 달리 이면에서 보인 이중적 행태와 끼리끼리 문화가 입길에 올랐다. ‘무늬만 386’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가장 큰 문제는 높아진 시민의 시선과 기대에 걸맞은 역량과 도덕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민주 대 반민주 세력이라는 과거 운동권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다 도덕적 우월감에 사로잡혔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당·정·청의 전면에 있으면서도 제 역할을 못해 무능과 내로남불 이미지가 강화됐다. 지난 대선을 비롯해 정치적인 변곡점마다 퇴진론에 직면했다.

86그룹을 대표하던 정치인들의 용퇴가 이어지고 있다.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 이어 6일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정치를 접는다고 선언했다. 86그룹의 집단퇴장이 거론될 정도로 이전의 퇴진론과 무게가 다르다. 하지만 세대교체에서 ‘일제(一齊) 퇴장’은 없으며, 퇴장 국면에서도 옥석은 가려야 한다. 지난 대선 중 86용퇴론을 제기한 송영길 전 대표가 기어코 서울시장 후보로 등록한다고 한다. 남아야 할 사람은 가고 떠나야 할 사람이 남는다는 말이 나온다. 결국 누가 옥이고 누가 돌인지는 시민이 결정해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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