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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김동연 사퇴로 생긴 무효표는 얼마였을까

입력 2022.04.07 06:00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대 대통령 선거의 무효표는 이례적이었다. 규모는 컸고 추세도 뒤집혔다. ‘87년 이후 이어온 감소세를 반전시킨’, ‘25년 만에 가장 많았던’, ‘1,2위 후보 득표 격차보다 컸던’, ‘지난 대선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고의와 실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20대 대선 무효표의 특징들이다.

가장 큰 변수는 안철수·김동연 후보의 사퇴였다. 두 후보는 재외국민·거소·선상투표가 진행된 이후,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 사퇴했다. 한 재외국민 유권자는 ‘투표 종료 후 후보 사퇴를 제한해달라’며 ‘안철수 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선거일 당일에는 ‘사퇴 후보 이름이 투표용지에 있다’며 항의하는 유권자들이 있었다. 재외국민·거소·선상투표와 본투표의 무효투표율은 말 그대로 급등했다.

안철수·김동연 사퇴로 생긴 무효표는 얼마였을까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는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했던 30만7542명의 무효표를 들여다봤다. 과거 선거의 무효투표율과 비교했을 때 안철수·김동연 후보 사퇴로 늘어난 무효표 수는 약 10만3000표로 추산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통령 선거 개표 데이터를 분석했다.

사전투표보다 본투표 무효투표율이 높은 이유

20대 대선에는 3가지 무효표가 있었다. 이 표들은 투표 시점이 달랐고, 후보군이 달랐고, 투표용지가 달랐다. ①재외국민·거소·선상 투표(무효표 2만6023표· 무효표율 9.97%) ②사전투표(10만3797표·0.64%) ③본투표(17만7721표·1.02%)의 무효표다. 이전과 비교해 ①,③번은 유독 튀어올랐고, ②번은 상승 폭이 작았다. 투표 조건이 제각각인 탓이었다.

안철수·김동연 사퇴로 생긴 무효표는 얼마였을까

2월13~14일 후보자 등록이 시작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는 13일 후보등록을 했다. 후보등록 마감 다음날부터 선거기간이 시작됐다.

2월23~28일 재외국민 투표가, 3월1~4일 선상투표가 실시됐다. 2월27일부터는 거소투표용지가 발송됐다. 재외국민·거소·선상투표는 안철수·김동연 후보 사퇴 전에 실시됐다. 투표 후 두 후보가 사퇴하면서 그들을 찍은 표는 전부 무효표(사퇴·사망·등록무효된 후보자 란에 표를 한 것) 처리됐다. 유권자들은 두 후보가 사퇴할 것이라는 것은 물론, 자신의 표가 무효표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투표했다.

무효표는 급증했다. 18대 대선 0.57%, 19대 대선 0.33%였던 재외국민 선거 무효표율은 이번 대선에서 8.62%로 치솟았다. 지난 대선보다 투표한 사람은 30% 가까이 줄었는데, 무효표는 20배 가까이 늘었다. 거소·선상투표 무효표율도 19대 4.33%에서 20대 12.16%로 증가했다.

이번 대선에서만 유독 실수가 잦았거나 고의성 무효표가 늘어난 게 아니라면 재외국민, 거소·선상에서 급증한 무효표들은 두 후보 사퇴로 ‘강요당한 무효표’였다.

3월 4~5일 사전투표가 실시됐다. 투표용지에 안철수·김동연 이름이 있었지만, 후보는 아니었다. 둘 다 사전투표 하루 전날 사퇴했기 때문이다. 이들 이름 옆 기표란에는 ‘사퇴’ 문구가 기재됐다. 사전투표는 선거인 수를 미리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투표용지 발급기’로 투표용지를 뽑는다. 미리 만들어두지 않고 현장발급하기 때문에 변동사항을 반영할 수 있다. ‘사퇴’ 두 글자가 기표란을 가득 채웠으므로 두 후보 사퇴 사실을 모르고 실수로 그들을 찍은 표는 없었다.

사전투표 무효투표율은 0.64%로, 다른 모든 투표(재외국민·거소·선상·본투표)보다 낮았다. 반면 지난 대선에서는 사전투표 무효투표율이 본투표보다 높았다. ‘사전투표율이 높은 지역에서 무효투표율이 높다’는 연구결과(무효투표에 대한 이론별 영향요인 연구, 권은주)까지 있었다. 다른 투표의 무효표율이 급상승하며 추세가 역전됐다.

3월9일 본투표에서도 안철수·김동연은 후보가 아니었지만, 용지에는 이름이 있었다. 사전투표와 달리 투표용지에는 ‘사퇴’가 표시되지 않았다. 9일 전에 미리 인쇄해둔 용지였다. 공직선거관리규칙은 ’‘후보자등록마감일 13일 후’에 대선 투표용지를 인쇄하도록 했다.

본투표 무효표율은 가파르게 늘어 사전투표 무효표율을 제쳤다. 17대 대선 0.46%, 18대 대선 0.36%, 19대 대선 0.37%였던 본투표 무효투표율은 이번 대선에서 1.02%로 올랐다. 재외국민·거소·선상투표처럼, 투표한 사람은 20% 가량 줄었고, 무효표 수는 2.23배 증가했다.

안철수·김동연 후보 이름 옆의 기표란이 비어있는 탓에 실수나 착오에 의한 투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았다. 두 후보의 사퇴 사실을 모르는 유권자가 두 후보를 찍은, ‘속은 표’가 발생할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높은 선거였다.

다른 투표용지에도 ‘사퇴’가 있었더라면

이번 대선 무효표 30만7542표 중 약 10만3000표는 안철수·김동연 후보의 사퇴로 발생한 추가 무효표로 추산된다. 사전투표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 결과다. 이번 사전투표는 투표용지에 ‘사퇴’ 표시가 찍혀있어 ‘강제된 무효표’나 ‘속은 무효표’가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낮았다. 재외국민·거소·선상투표나 본투표 투표용지에 사퇴 표시가 있었더라면 무효표율이 사전투표와 비슷하게 나왔을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했다.

사전투표 무효표율은 19대 0.462%에서 20대 0.636%로 0.174%포인트 증가했다(정확한 분석을 위해 소수점 세자리까지 표기). ‘사퇴’가 표시된 용지로 이뤄진 투표기 때문에 안철수·김동연 후보 사퇴를 몰랐거나 실수로 찍은 경우는 없었을 것이라 봤다. 두 후보 사퇴 효과를 제외하고 발생한 0.174%포인트 무효표율을 이번 대선의 특징이라 간주했다. 재외국민·거소·선상투표나 본투표 투표용지에 ‘사퇴’ 표시가 있었다면, 이들 투표에서도 0.174%포인트 무효투표율이 증가했다고 가정한 근거다.

이 방식으로 다시 계산해본 20대 재외국민 무효투표율은 19대(0.326%)보다 0.174%포인트 오른 0.500%이었다. 무효투표 수는 810표로 줄었다. 실제 무효투표율(8.62%)보다 8%포인트 낮고, 1만3150표 적었다. 20대 본투표 무효투표율은 0.546%, 무효투표 수는 9만5444표였다. 실제 무효투표율(1.02%)보다 0.474%포인트 낮고, 8만2277표 적었다.

같은 방식을 거소·선상투표까지 적용해보면 전체 무효표 수는 20만4523표였다. 실제 이번 대선 무효표 수(30만7542표)보다 10만3029표 적었다. 이 10만3029표는 ‘안철수·김동연 후보가 선거 막판 사퇴하지 않았더라면’, ‘투표용지가 사퇴 표시가 찍혔더라면’ 줄일 수 있는 유형의 무효표 규모다. 두 사퇴 후보로 발생한 무효표 분석은 ‘유형별 무효투표 비율’ 자료로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불가능했다. 부정선거 논란으로 선거무효소송이 진행 중인 탓에 선관위가 무효표 유형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김동연 사퇴로 생긴 무효표는 얼마였을까

‘추가 무효표 10만개’보다 큰 문제는 ‘내가 어떤 선거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정보와 표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데 있다. 재외국민이거나 선박 선원, 해군 등 군인, 외딴 섬에 사는 사람,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표는 유권자 의사와 무관하게 무효표 처리됐다. 본투표 참여자 1748만5029명은 후보가 아닌 사람이 다른 후보들과 병기된 투표용지로 투표했다. 사퇴가 표시된 용지에 투표한 사전투표 참여자 1632만1757명은 다른 이들보다 정확한 정보에 근거해 투표했다. 본투표에 참여한 사람이 만약 사전투표 때 투표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 간극에서 발생한 무효표가 10만3000여표다.

후보자 사퇴로 인한 무효표, 줄일 방법이 있다

일부러 찍은 게 아닌데 내 의사와 무관하게 무효표 처리가 되는 상황, 또 그 결과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선거를 방치해도 괜찮은 것일까. 후보 사퇴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유권자가 감수해야하는 일일까.

‘안철수 법’으로 여론의 반짝 관심을 받았으나, ‘선출직 공직 후보자의 사퇴를 제한하자’는 주장은 실은 정치권의 오랜 숙제다. 19대 국회에서 선출직 공직 후보자의 사퇴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이 7건 발의됐다. 선거일에 임박해 후보자가 사퇴할 경우 유권자에게 혼란을 주기 때문에 사퇴를 제한해야한다는 게 이유였다. ‘후보자등록 마감일’, ‘선거일 15일 전’, ‘선거기간 개시 전’, ‘사전투표 개시 전’ 등 시기의 차이가 있었지만 공통점은 모두 ‘투표가 실시되기 전’이라는 점이었다.

법안 심의는 2015년 5월 한 차례 진행됐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의원들이 주로 법안을 발의했고, 후보자 사퇴 제한에 찬성했다. 명분은 ‘유권자 권리 보장’과 ‘공직자의 책무’였다.박민식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공직에 출마하는 사람의 행위를 오로지 ‘그 사람의 자유의 영역’으로 보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최소한 공직에 출마하려고 하는 사람은 그만큼의 책무를 가져야 한다. 그게 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라고 말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사퇴 제한에 반대했다. 김태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사퇴 하고 안하고는 후보자의 자유 영역”이라며 “사퇴를 제한하면 공직자로서 의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상희 의원도 “사퇴 제한보다는 유권자들의 선택을 도와주는 방향으로 해야한다”고 했다.

후보자 사퇴 제한 법안은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유권자의 참정권’보다 ‘공직 출마자의 자기결정권’이 더 중시된 결과다.

사퇴 제한 외의 방법도 있다. 사전투표에서 실시하고 있는 투표용지 현장발급을 본투표에도 활용하는 방안이다. 이는 후보자의 사퇴 자체를 막지는 못하지만, 즉각 사퇴 여부를 투표용지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효투표율이 가장 낮았던 이번 대선 사전투표처럼, 투표용지에 ‘사퇴’ 표시를 하는 것으로도 무효투표율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논리다. 법안 발의는 최근까지 이어져왔다. 20대 국회에서 백재현 의원 안, 21대 국회에서 임오경·최춘식 의원 안 등이 선거 당일 ‘투표용지 발급기’를 활용해 투표용지를 인쇄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과거 선관위는 ①공직후보자 사퇴 제한 ②투표용지를 선거 당일 인쇄에 모두 찬성했다. 선관위는 2016년, 2018년 등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의견’마다 “유권자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사퇴를 제한해야 한다”는 이유로 후보자 사퇴를 금지해야한다고 했다. 선거 당일 투표용지 인쇄도 “후보자 사퇴·사망 등을 투표용지에 반영할 수 있고, 투표용지 인쇄·검수, 송부·보관 등 관련 절차가 간소화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했다.

선관위는 “선거일에 임박해 후보자가 사퇴할 경우 사퇴 이전에 실시한 사전투표·거소투표에서 사퇴한 후보자에게 기표한 무효표가 다수 발생하는 등 유권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점을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선관위가 우려했던 법의 공백은 6년 뒤 20대 대선에서 현실이 됐다.

안철수·김동연 사퇴로 생긴 무효표는 얼마였을까

그때는 찬성, 지금은 반대하는 선관위

현재 선관위는 입장이 다르다. ①사퇴를 제한하거나 ②투표용지를 선거 당일 인쇄하는 방법 모두 유보 또는 반대다. 선관위 관계자는 “법 개정의견을 낸 이후 정치나 선거 환경이 변화했다. 과거 의견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후보자 사퇴를 제한해야한다는 입장이 여전한가’라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다. ‘투표용지 발급기’도 예산을 이유로 입장을 바꿨다.

선관위의 태세 전환에는 실은 다른 이유가 있다. 대선마다 되풀이 돼 온 부정선거 의혹과 투표 불신이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조작을 통한 부정선거가 발생할 위험이 있으니 사전투표를 하지 말고 당일투표를 하라”고 주장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사전투표 관련한 의혹 제기나 논란이 큰 상황에서 전면적으로 발급기를 도입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부정선거 의혹에 빌미를 제공한 선거 행정도 책임이 크다. ‘소쿠리 투표’, ‘고물상에서 나온 투표용지’ 등 선거 때마다 불거진 선관위 무능 논란은 선거제도를 개편하자는 모든 논의에 차질을 빚고 있다. 공식적 기관 입장을 ‘예전에는 맞았지만 지금은 안된다’고 바꾸는 선거 정책의 비일관성도 유권자의 신뢰를 갉아먹는 요소다. 무책임한 공직후보자들, 선거 불신을 키운 무능한 행정, 부정선거 의혹 부풀리기에 급급한 정치세력에 이리저리 치인 유권자의 참정권이, 20대 대선 무효표의 현실이었다.

그래픽|성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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