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야 한다고? 영화 ‘야차’

백승찬 기자
영화 <야차>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제공

영화 <야차>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제공

선양은 중국 둥베이 지방의 요충지다. 북한과 인접해 있으며, 한국인들도 많이 산다. 영화 <야차>에선 “전세계에서 스파이 밀도가 가장 높다”고 표현하는 곳이다.

검사 한지훈(박해수)은 대기업 수사를 하다가 실수를 해 ‘한직’인 국정원 감찰관으로 좌천된다. 검찰로 돌아갈 날을 절치부심 노리던 한지훈은 중국 선양의 국정원 해외 비밀공작팀에 대한 감찰 업무를 맡게 된다. 지난 몇 달간의 선양발 보고서가 모두 가짜라는 것이 국정원 상부의 판단이다. 선양에 도착한 한지훈은 지강인(설경구)이 이끄는 공작팀을 만나 그들의 위험한 업무에 끼어든다. 한지훈은 고문, 살인 등을 불사하는 공작팀의 일처리 방식에 아연실색하지만, 공작팀은 한지훈의 제지를 개의치 않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일을 처리해 나간다. 공작팀은 북한, 일본, 중국을 따돌리고 북한 정권의 비밀을 쥐고 있는 고위급 탈북 인사의 신병을 확보하려 한다.

영화 <야차>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제공

영화 <야차>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제공

영화 <야차>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제공

영화 <야차>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제공

<야차>는 전형적인 스파이 스릴러의 외형을 갖췄다. 외부의 적과 싸우는 동시에 내부의 배신자를 의심해야 한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그 반대 경우도 생긴다. 여러 국가가 정의를 내세우지만 사실 국익의 관점에서 첩보전을 펼친다. “정의는 정의롭게 지켜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던 검사 한지훈이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강인에게 조금씩 동화되는 과정이 영화의 큰 흐름을 이룬다.

‘야차’란 극중 지강인의 별명이다. 인도 신화와 불교에 나오는 귀신인 야차는 사람을 잡아먹는 잔혹한 면을 가졌지만 불법(佛法)을 지키는 수호신이기도 하다. 지강인 역시 보편적 인권과 정의의 관점에서는 용납할 수 없지만, 국익의 관점에서는 필요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지강인의 팀원인 희원(이엘), 재규(송재림), 정대(박진영)는 자신들의 방식에 도취돼, 한지훈을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 취급하고 심지어 죽일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결국 한지훈 역시 “정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야 한다”는 신념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성취된 정의를 정의라 할 수 있는지 영화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스파이 스릴러는 누구를 적으로 설정하느냐가 중요하다. 해외의 대표적 스파이 스릴러인 ‘007’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근작들은 변절한 요원이나 가상의 범죄조직을 적으로 상정하고 있다. <야차>에서 적은 흥미롭게도 실존국가인 일본이다. 이 영화에서 일본은 세계를 막후에서 쥐락펴락할 정도로 강력한 나라로 설정돼 있다. 그에 비하면 한국은 지강인 같은 영웅적인 스파이의 활약에 의해서만 간신히 유지되는 나라로 보인다. 한국이 이미 선진국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야차>에선 그렇지 않다. 장르 영화가 현실의 외교 관계를 정확하게 반영할 의무는 없지만, <야차>의 창작자들이 상상한 동북아 정세에는 막연한 피해 의식이 녹아있다.

2020년 촬영을 마치고 지난해 개봉을 준비했으나 팬데믹 상황에 여의치 않아 개봉이 미뤄지다 넷플릭스에서 8일 공개된다. <프리즌>의 나현 감독이 연출했다.

영화 <야차>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제공

영화 <야차>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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