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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이의 맛 …그것 참 알싸하네

입력 2022.04.08 03:00

수정 2022.04.0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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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근목피는 어느 시대나 어느 민족이나 먹었던 음식이다. 초근목피 중의 하나가 바로 나물이다. 탄수화물이나 고기는 늘 부족했고 기근은 사람들을 들판으로 내몰았다. 봄나물의 맛이야 좋은 것이지만, 먹을 게 없어 들판을 헤매던 때가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씁쓸한 일이기도 하다. 고기와 감자, 빵만 먹고 살았을 것 같은 유럽도 그런 시절이 있었고 지금도 나물을 먹는다. 푹 삶아 간을 하고 기름을 뿌려 요리에 곁들인다. 한국처럼 야생 나물을 굳이 먹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 정도만 다르다. 물론 버섯도 나물로 치면 그렇지도 않다. 야생 버섯은 최고로 비싼 재료니까.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나물은 먹을 수 있는 것이지만, 먹을 수 없는 것이다. 어릴 때는 먹을 수 있는 나물이 많지만 웃자라면 ‘풀’이 된다. 식량과 잡초는 시간이 나눈다. 기근이든 미각이든 산에 가서 어린 싹을 캐는 일은 결국 인간의 맛과 생명을 구하는 두 가지 뜻이 있었다. 나물이란 날로 먹기 어려워도 삶아서 먹으면 양념이 잘되고 연해서 소화도 잘된다. 쌉쌀한 자연의 정유(精油)가 있어서 고유한 맛이 있다. 물론 말린 나물은 우스갯소리로 제사상 받는 귀신도 구별 못한다는 맛이 있지만. 말리면 맛이 비슷비슷해진다는 뜻이겠다. 나물은 어린 싹일 때는 독성이 없거나 적어서 먹기 좋고, 설사 독성이 있어도 잘 삶아서 독기를 빼서 먹었다. 이른바 조상의 지혜다. 원추리나물 같은 것이 그럴 테다.

고사리가 미치게 먹고 싶어서 인터넷을 뒤졌는데, 희한하게도 갓 따서 연한 것을 찾기 어려웠다. 도시 사람들은 말린 고사리만 고사린 줄 안다. 제철인 봄에는 삶아서 생고사리로, 때가 지나면 역시 삶은 것을 말려서 저장해두었다가 먹거나 팔았다. 연한 생고사리는 삶아서 무치면 보드라운 질감이 혀에 감친다. 왕년에 절집의 스님들이 노동으로 자신의 식량을 전부 구하던 때는 봄 고사리의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질감이 여느 나물과 달리 마치 고깃점을 씹는 것 같았기 때문이라나. 계율은 지키고, 맛은 얻는 스님의 요령이었을 것 같다.

알고 지내는 지리산의 약초꾼 형님이 문자를 보내왔다. 황치골이란 곳에서 영농조합을 꾸린다. 평소에는 약초를 캐는데, 그걸로는 애들 학교 못 시킨다고 누룽지도 만들고 농사도 짓는다. 그 농사란 게 너른 들판, 밭 가진 것도 아니고 산고랑에 씨 뿌리고 거두는 정도의 반쯤은 자연적인 농사다. 나물 철에 명이를 낸다. 명이는 울릉도 것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명이가 바로 산마늘이다. 알싸한 양이 기막히다. 쌈으로 먹으면 생마늘 향이 감돌고, 많이 먹으면 속까지 쓰린 걸 보면 진짜 마늘 맞다. 마늘이 우리에게 전래되기 전에 마늘 하면 바로 명이, 즉 산마늘을 뜻했다고 한다. 명이는 잎이 넓은 울릉도 명이, 폭이 좁은 강원도 명이가 있다.

철 맞은 명이로 쌈을 하고, 남은 것은 장아찌로 좀 담가야겠다. 환란의 시대, 봄맞이는 그래도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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