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무고죄 신설’ 밀어붙이기에 여성·법조계 우려…“‘성범죄 고소 말라’ 잘못된 메시지”

박하얀 기자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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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운 ‘성범죄 무고죄 조항 신설’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여성계는 “성범죄 피해 신고가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법조계에서도 성범죄 무고죄가 다른 무고죄에 비해 무거운 처벌이 적용될 경우 위헌 가능성을 지적하며, 무고죄가 ‘권력형 성폭력’을 저지른 피의자들의 방어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법무부는 최근 윤 당선인의 성범죄 무고죄 조항 신설 공약에 ‘이견이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전날 최지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수석부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법무부가 지난달 29일 해당 주제로 업무보고를 한 것은 사실”이라며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고 해외 입법례를 참고해 신중하게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연구용역 발주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형법에 있는 무고죄 조항과 별도로 성범죄 무고죄 조항을 신설해 가중처벌하겠다고 공약했다. 성범죄 처벌 수위가 상향된 만큼 반대급부로 성범죄 무고죄 처벌도 강력해질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현행 무고죄는 형법 156조에 따라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데, 성범죄 무고죄가 신설되면 이보다 강력한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범죄 무고죄 조항이 신설되면 피해자가 고소·고발을 두려워 하는 ‘제지 효과’가 현재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성폭력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사회’로 돌리겠다는 선언처럼 느껴진다”며 “성폭력 피해 대부분의 경우 증거가 피해자 진술밖에 없는데 (성범죄 무고죄 조항 신설 시) 피해자는 고소하기까지 훨씬 더 많은 걱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경찰이나 검찰에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를 철저히 하라’고 이야기할 사안인데 국민들에게 ‘성범죄 고소·고발은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수의 성범죄 사건을 대리해온 이은의 변호사는 “성범죄에 대한 무고가 다른 범죄의 무고보다 무겁게 의율돼야 하는 당위가 무엇인지, 이에 대한 납득 가능한 설명을 해야 한다”며 “(범죄마다) 다르게 대하는 건 헌법의 기본 가치인 평등에 위배되기 때문에 위헌법률심판제청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방해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 변호사는 “성범죄 무고죄가 가해자들의 방어 도구로 활용돼 피해자들이 문제제기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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