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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예능’을 보는 즐거움

입력 2022.04.09 03:00

수정 2022.04.0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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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유명 연예인들이 일하는 것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주요한 예능 장르로 자리 잡았다.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윤스테이> <어쩌다 사장> 등이 연예인의 노동을 볼거리로 상품화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이다. 나 또한 이러한 ‘노동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우리가 거기서 느끼는 즐거움은 무엇일까?

채석진 조선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

채석진 조선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

‘노동 예능’의 포맷은 유명 배우들이 외진 공간(국내의 농촌이나 어촌, 산촌 또는 외국)에 모여서 함께 일하는 과정과 그 안에서 형성하는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 보여주는 사회적 관계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배우들 간의 관계로, 출연자들은 보통 오랜 기간 친분을 유지해 온 사람들로 이들이 공유하는 추억과 친밀감은 ‘노동 예능’이 판매하는 가장 주요한 상품이다. 이러한 친밀한 관계망은 출연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매개체로도 전시된다. 즉, 힘든 시기를 함께 보낸 사람들이 출연해 고생하는 친구나 동료를 돕기 위해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외진 곳까지 찾아오는 설정이다. 친분이 없던 사이라 해도 출연진은 해당 프로그램에 연속적으로 출연하면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다. ‘노동 예능’ 출연진은 다른 예능과 달리 프로그램을 위해서 단발적으로 만났다 헤어지는 소모성 관계가 아니라, 같은 프로그램에 반복적으로 출연하며 노동의 고단함을 나누며 단단한 사회적 관계를 다져가고, 그러한 관계는 이후 작업(다음 시즌)으로 이어진다.

‘노동 예능’이 전시하는 또 다른 주요한 사회적 관계는 노동 과정에서 맺게 되는 일반인(주로 손님 역할로 출연)과의 관계이다. 특히 <어쩌다 사장>이나 <윤스테이>와 같이 장사를 하는 포맷은 출연진 사이의 관계만이 아니라 손님과 맺는 사회적 관계가 주요한 전시거리이다. 손님과 맺는 사회적 관계는 출연진이 비숙련 노동자에서 숙련 노동자로 성장하는 과정과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다. ‘노동 예능’에서 출연 배우들은 새롭고 낯선 노동 세계에 들어가서 반복적으로 일하며 일회용 단순 노동자가 아니라 숙련 노동자로 성장한다. 이 과정에서 출연자들은 배우라는 특수한 직업에서 벗어나, 일반 사람들이 하는 평범한 일들을 하면서 일의 고단함을 공감하며 그 노동 가치를 인정하며 익혀간다. 이러한 숙련화는 가게를 찾는 손님들과 맺는 관계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포함하고, 손님들로부터의 받는 인정을 통해서 승인된다.

‘노동 예능’이 전시하는 두 가지의 주요한 사회적 관계는 ‘좋은 노동’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를 보여준다. 우리는 노동을 통해서 세상과 관계를 맺고, 어떤 속성과 방식의 노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달라진다. 우리가 열망하는 노동-세상 관계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이에 대한 지지와 격려를 받으며 소속감을 형성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러한 지지, 격려, 소속감을 형성하는 데에는 수많은 시간이 걸리고, 이러한 시간을 통해서 우리는 세상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으며 ‘나’라는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공동체의 일원으로 확장한다. 하지만 일상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이와 거리가 멀다. 많은 일터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인정받는 것은 대단히 어렵고, 일터 밖에서 안정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맺기 위한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 또한 사치가 된 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 예능’은 출연진이 옹기종기 모여 하루의 고단함과 격려를 나누는 식사 테이블의 한자리에 우리를 초대한다. 우리는 텔레비전 밖으로 연장되어 있는 투명 의자에 걸터앉아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위안을 받는다. ‘노동 예능’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관계에 대한 열망과 두려움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자리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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