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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기업이 궁금하지 않다

입력 2022.04.11 03:00

수정 2022.04.1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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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추모의달이다. 지난 세기 4·3 제주항쟁과 4·19 혁명이 있었고, 가까이는 4·16 세월호 참사가 있다. 그리고 4월28일은 세계 산재노동자 추모의날이다.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장·예방의학 전문의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장·예방의학 전문의

국내 노동단체들도 2006년부터 해마다 4·28을 전후하여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개최해왔다. 이전 해에 가장 많은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거나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기업들의 명단을 발표하고, 한 해 동안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는다. 불명예스러운 수상을 한 기업들은 해명자료를 내거나 언론사에 항의를 하고, 때로는 선정 과정에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어쨌든 무언가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캠페인이 의미가 있다는 뜻이리라.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런 수모를 겪고 나면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다음에는 이 명단에 오르지 않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 17년간 거의 매년 등장하는 ‘단골’ 수상자들이 있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부끄러움은 잠깐일 뿐, 그깟 불명예에 괘념하지 않고 가던 길 계속 가겠다는 기업의 의연한 기개를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나 소비자 운동이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중공업·건설업 같은 부문일수록 그럴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솜방망이 처벌까지 더해진다면 기업의 개선 노력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한편 기업들도 나름 노력은 하지만 병이 너무 깊어진 상태라 단시간에 고쳐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에도 대형 붕괴와 폭발사고가 끊이지 않고, 추락과 끼임 같은 전통적 산재 사망도 이어지는 것을 보면 이런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작년에 법이 제정될 때만 해도 기업마다 전담 조직을 만들고, 대형로펌들이 전직 관료와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며 대응팀을 만드는 등 호들갑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올해 2월에는 설을 맞아 많은 건설현장들이 장기 휴무에 들어갔는데, 법률 발효를 앞두고 ‘1호 처벌기업’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최소한 이렇게 사람들의 눈과 귀가 집중된 기간만이라도 산재 사망이 ‘반짝’ 줄어들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해보았지만, 그마저도 기업들에 대한 과대평가가 아니었나 싶다.

이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숨쉬기 운동만 해왔던 사람이 트레이너들에게 집중 훈련을 받는다고 당장 한 달 만에 철인3종경기를 완주할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처벌은 강화되었다지만, 철저하게 이중화된 노동시장과 위험의 외주화를 통해 작동하는 생산의 체제에는 변화가 없다. 그러니 기술적·미시적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 현장 전문가는 이러한 상황을 기업들 자신이 만들어놓은 구조에서 “스스로 발목 잡힌 형태”라고 진단했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 사회는 산재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과연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될 것인가 아닌가에만 관심을 집중한다. 과연 ‘1호’ 처벌기업이 누가 될 것인지, 기업주는 책임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인지 언론은 중계방송에 여념이 없다. 로펌들은 우리 고객이 ‘1호’가 된다면 바로 위헌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총력 대비 태세다. 정작 산재의 구조적 요인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다.

중대재해처벌법 1호 기업이 어디가 될지 별로 궁금하지 않다. 기업이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고 해서 이미 세상을 떠난 노동자가 살아 돌아올 수 없고, ‘인과응보’가 실현되었다고 속이 후련할 리도 없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요구가 한창일 당시, 기업들은 법 제정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것이 진실이다. 현재 상황은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생산체제, 안전보건 규제체제의 근본적 개혁 없이 이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겨우 한 걸음을 떼었을 뿐이고, 굉장히 어려운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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